아이돌 그룹으로 종합편성채널을 만든다면 슈퍼주니어가 아닐까. 지난 19일과 20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 Super Show 4 >는 가수이자 엔터테이너인 슈퍼주니어의 특성을 살린 퍼포먼스를 쏟아 부은 무대였다. 슈퍼주니어만의 군무가 살아있는 노래를 선보이다가도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됐고, 코믹한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팬들과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함께 지나온 시간들을 공유하며 ‘우리들의 사랑’을 불렀을 때 멤버들은 눈물을 글썽거리더니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코믹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신동)와 트랩대령(시원), 그리고 아이들로 분장한 일곱 멤버들이 뛰어나와 ‘도레미 송’을 부르고, 관객들을 다시 웃게 만든다.
조합과 변신이 자유로운 아홉 멤버들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빠른 분위기 전환을 가능케 했다. 슈퍼주니어 M, 슈퍼주니어 Happy, 슈퍼주니어 K.R.Y 등 활발한 유닛 활동이 보여줬듯 멤버들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우느냐보다 어떻게 조합하느냐를 고민해온 슈퍼주니어의 팀 색깔이 잘 드러났다. 조미와 헨리가 합류한 슈퍼주니어 M의 ‘태완미’가 끝나면, 잠깐의 암전 후 슈퍼주니어 9명의 멤버가 ‘A-Cha’를 부르기 위해 무대 위에 서있는 식이었다. 그리고 무빙 스테이지, 와이어 등의 무대 장치는 멤버들의 변신을 도왔다. ‘갈증’에서 8명의 멤버가 노래를 하고 있을 때, 눈치 채지 못한 순간 규현이 무대 어디에선가 깜짝 등장했고, 메인 무대에서 춤을 추지 않는 멤버들이 와이어나 이동카를 타고 관객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이 외에도 개인 무대에서 은혁은 자신의 자작곡인 ‘자체발광 보석미남 이혁재’를, 동해 역시 자작곡인 ‘떴다 오빠’를 불렀고, ‘Isn't she lovely’를 선곡한 규현은 하모니카와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다. 9명이 보여주는 무대에서 개별 무대는 게스트 무대처럼 분위기를 전환했고, 다채로움을 더했다.
이 공연의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선곡을 통한 공연의 흐름이었다. 콘서트의 서문을 여는 첫 곡을 히트곡이 아닌 ‘SUPERMAN’으로 선곡했던 것은 궤도에 올라선 슈퍼주니어의 위치이자 자신감이기도 하다. 스테이지가 움직이고, 무대 주변의 분수쇼와 하나를 이루면서 ‘규모도 최고 스케일도 최고’라는 ‘SUPERMAN’의 가사를 실현시킨다. 큰 움직임 없이 손 모션만으로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는 ‘오페라’, ‘Twins’ 등에서 슈퍼주니어 특유의 군무로 시선을 모을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다. 또한 시종일관 다양한 볼거리가 이어져던 콘서트의 끝에는 ‘Sorry Sorry’나 ‘U’를 앙코르 곡으로 선곡하면서 슈퍼주니어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노래를 부각시킨다. 이 앙코르는 결국 약 4시간에 달한 슈퍼주니어의 공연이 볼거리나 예능적인 측면이 아니라 그들을 팬들에게 사랑받게 한 음악 그 자체에 있음을 보여줬다. 공연에는 게스트도 없었고, 입담이 좋은 슈퍼주니어임에도 앙코르를 제외하면 단 두번의 토크만 들어간 채 38곡의 음악이 공연을 채웠다. 슈퍼주니어만의 브랜드가 된 < Super Show > 콘서트는 이제 하나의 큰 브랜드가 됐고, 시행착오를 딛고 조금씩 진화했다. 이 전의 < Super Show > 콘서트가 시험무대였다면, 아시아와 미주, 유럽 등 전 세계 주요도시 투어를 앞둔 지금이 진짜 시작이 아닐까.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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