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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를 꿈꾸는 사람들]내손으로 잘먹고 잘살기 ‘지속가능한 삶’ 새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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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도시농업에 왜 주목하는가

[도시농부를 꿈꾸는 사람들]내손으로 잘먹고 잘살기 ‘지속가능한 삶’ 새 방법론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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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 농사짓기 열풍. 비단 어느 한 지역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국의 도시에서 채소와 곡물이 쑥쑥 자라는 소리가 들린다. 도시와 농촌 간의 이분법은 사라진 지 오래다. 도시의 빈 공간 곳곳에서 농업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 가치는 식량, 환경, 경제, 문화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몇 년 전 TV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농업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죠. 미국, 영국 등 도시농업이 활성화된 선진국을 찾아 공공임대 텃밭, 주택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텃밭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어요.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게 꽤 흥미로웠는데 그때 접했던 먼 나라 이야기들을 이젠 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더라고요. 무슨 유행인가도 싶은데, 저도 도시에서 농사 한 번 지어볼까요?”


도시농부가 한번쯤 돼 보고 싶다는 김형국(32)씨의 얘기에는 활기가 넘친다. 할 일 없으면 시골에서 농사나 짓겠다는 사람들, 기회만 되면 농사에서 손 털고 싶다는 사람들만 떠올린다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애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근래들어 '농업의 부활' 조짐이 여기저기서 목격되니 세상은 돌고도는가 보다.

농촌의 상징이었던 농사판이 이제는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다. 오히려 도시안에서 농업의 잊혀졌던 다차원적 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 바야흐로 도시농부들이 장소 불문, 나이 불문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시대다.


텃밭 가꾸는 도시인 70만명 육박
정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도시에서 텃밭을 가꾸는 사람은 약 70만명에 달한다. 도시농부를 키우는 도시농부학교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것은 2005년경. 2008년 이후부터는 부산·대전·대구·광주 등 전국 대도시에 도 들어서기 시작했다.


현재 민·관·시민단체 합쳐 30여개의 도시농부학교가 운영중이며, 해마다 2000여명의 도시농부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들은 텃밭 보급 등을 통해 도시 농업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시 등 46개 지자체가 주말 농장과 도시 텃밭 분양, 농사학교 개설을 지원하고 나섰다.

[도시농부를 꿈꾸는 사람들]내손으로 잘먹고 잘살기 ‘지속가능한 삶’ 새 방법론 건물 옥상 등 도시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텃밭 문화가 대중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사진_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 각 시·도에서 실천하고 있는 도시농업 추진 실태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도시텃밭 면적은 전년 대비 약 3.7배, 도시농업 참여자 수는 약 1.5배 늘어났다. 조례 제정을 완료한 지자체는 서울, 대전, 광주, 경기, 서울 강동구, 부산시 동구, 경기 수원, 경남 창원 등 21개. 부산, 전북, 서울 은평구, 경기 부천, 강원 원주 등 13개 지자체가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주민들, 지자체, 시민단체, 사회적 기업, 풀뿌리단체, 대학생 등 너나 할 것 없이 자발적·자생적 의지와 두터운 네트워크, 파급력을 볼 때 도시농업은 지금 전국을 빠르게 ‘공습’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같은 도시농업의 붐은 주5일제 시행에 따라 여가 레저 활동을 위한 주말농장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2008년 전국귀농운동본부의 도시농업위원회가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거주자들 대상으로 상자텃밭 사업 등을 전개했다. 베란다텃밭, 옥상텃밭, 학교텃밭, 재활용텃밭상자와 같이 도시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텃밭문화가 잇따라 보급되면서 하나의 대중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정부가 ‘도시 농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전국의 도시 텃밭과 주말농장을 8000개로 확대하고 인구의 10%인 500만명을 도시농업에 참여시키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도시 텃밭 확대 ▲도시 주말농장 활성화 ▲도시 농업 공원 조성 ▲도시 빌딩 녹화 ▲식물 생산공장 산업화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키로 했다. 10월 28일에는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도시농업을 육성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갖추게 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하위 법령 마련 작업을 내년 5월까지 마무리하고 ‘도시농업육성 5개년 종합계획’도 수립할 계획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 김중현 사무관은 “도시농업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전국적인 도시농업 열풍과 맞물려 정부의 도시농업 활성 방안 발표, 근거법 마련, 지자체의 관심 제고, 언론매체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시농부를 꿈꾸는 사람들]내손으로 잘먹고 잘살기 ‘지속가능한 삶’ 새 방법론 스크린 정원.

이에 따라 도심 고층건물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신개념 빌딩형 식물공장(Vertical farm)이 산업화되고 있는 경향도 나타난다. 일본의 경우 LED, 지열, 태양광 등을 이용한 식물공장 50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100곳을 더 조성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식물공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의 ‘식물공장과 도시농업의 부상’이란 주제 발표에서 딕슨 데스포미어 콜롬비아대 교수는 “한국은 국토가 좁고 도시에 인구가 밀집돼 있는 데다 집약적 농업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수직형 농장이 발전하기에 이상적인 나라”라고 설명했다.


최종 목표는 자원순환 생태도시
이렇듯 도시농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면 잘 먹고 잘 사는 일을 내 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콘크리트를 깨서 흙을 살리고 그 자리에 텃밭을 조성하는 일, 삭막한 도시에 촉촉함을 주는 윤활유 역할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먹을거리 확보에 따른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녹지 부족, 환경오염, 사회적 소외 등 현대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의 하나로 도시농업이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작물을 직접 기르는 과정에서 느끼는 농업의 중요성이 우리 농산물 소비 확대로 발전, 농촌 경제 활성화와 도시·농촌 상생에 기여하게 된다는 점도 고려대상이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실시한 ‘도시농업 실태 및 요구조사’에 따르면 도시농업 경험이 있는 사람(67.6%)이 그렇지 못한 사람(59.9%)보다 우리 농산물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주목할만 하다.


도심의 건물 벽면과 옥상을 녹화함으로써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옥상에 정원이나 텃밭을 조성한 경우, 건물 표면의 온도를 낮춰 냉·난방비를 16.6%나 줄일 수 있다. 벽면 녹화까지 병행하면 평균 30% 정도 절감 가능하다. 연간 36억원의 냉·난방비가 절약되는 서울시 옥상정원(총 202,449㎡)이 좋은 예다.


옥상정원, 옥상텃밭, 그린루프(Green roof) 등은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하며 도시화로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시킨다. 미국 시카고의 그린루프 사업을 보자. 2500만ft²의 옥상정원을 구축해 자원 순환형 생태도시로 변신했다. 일본 오사카의 ‘NEXT21’ 건물은 옥상 및 테라스 정원을 설치, 식량 자급 및 생태계 복원 기능을 가진 미래형 주택을 구현했다.


도시농업이 지향하는 또 하나의 취향은 함께 나누는 이웃, 공동체 문화다. 수확물을 이웃과 나누는 과정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도시 빈민, 노숙자,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는 사회 복지제도의 구실도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비영리단체인 ‘피플스 그로서리’가 그렇다. 슬럼가 내에 텃밭을 경작해 수확물을 저가로 주변 빈민가에 공급한다.


[도시농부를 꿈꾸는 사람들]내손으로 잘먹고 잘살기 ‘지속가능한 삶’ 새 방법론 벽면 및 담장 녹화 실험 광경(왼쪽). 옥상 및 도심 텃밭의 모습(오른쪽). ⓒ농촌진흥청


특히 고령화 사회의 주 소비계층인 노인에 대한 사회적 보호망과 여가 활동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여기에 자연 속 교실로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천혜의 놀이터이자 도시민들의 정서 치유 장으로서의 기능까지 해낸다.

농촌진흥청 송정섭 도시농업연구팀장은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도시농업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텃밭의 채소를 가꾸는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일본, 유럽 등 선진국처럼 자급자족 외에 체험, 커뮤니티, 복지 등에도 도시농업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농업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토지 부족”이라며 “국유지나 유휴지 등 다양한 도시농업용 토지의 공급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시농업의 확산은 우리 농업에 분명 기회다. 새롭게 형성되는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첨단 기술과 상품을 개발, 다가온 기회를 농업의 블루오션으로 활용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또 많은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삶의 답안으로 도시농업을 제시한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이복자 도시농업위원은 “흙을 기반으로 이웃과 자연·생명이 함께 하는 공동체적인 삶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며 “도시에서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가 자원 순환시키는데 이용되도록 하고 작물종의 다양성을 구현한다면 우리 생태계에 건강함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순환을 이루는 삶’. 이는 결국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지구촌 도시농부 8억명 넘어섰다


[도시농부를 꿈꾸는 사람들]내손으로 잘먹고 잘살기 ‘지속가능한 삶’ 새 방법론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전 세계 도시농부는 8억명을 넘는다. 세계적으로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여가와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소규모 도시텃밭(City Farm)이 확대되는 추세다. 독일 클라인가르텐(100만개), 영국 얼로트먼트(30만개), 일본 시민농원(3000개), 뉴욕 루프가든(600개), 몬트리올 시티팜(8200개) 등이 대표적이다.


■ 영국 얼로트먼트=수백년의 역사를 통해 발달해온 이곳은 1970~1980년대를 거치면서 도시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얼로트먼트를 임대받기 위해 몇 년씩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한때 영국 전역에 걸쳐 그 구획 수가 50만개에 달하기도 했으며 현재 30여만개로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그 인기가 대단하다.


■ 일본 긴자는 도심 한 복판에 논을 조성해 시민들이 함께 하는 ‘벼농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9년부터 긴자농업주식회사가 우리나라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긴자 한복판에 논을 내어 유기농 벼를 생산하는 과정을 공개한다. 모내기부터 잡초 뽑기, 수확하는 과정이 모두 일반인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하나의 축제 같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으로서 농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 효과도 창출한다.


■ 일본 도쿄 치요다 구에 있는 인력파견회사 파소나 그룹은 지난해까지 본사 인근의 자사 소유 건물 지하 2층에 O2라는 도시농업 전시관을 운영했다. 이 전시관이 인기를 크게 끌자 O2를 폐쇄하고 아예 본사 건물 전체를 도시농업 콘셉트로 리모델링했다. 1층에 논과 꽃밭, 2층에 식물공장을 조성하고 3~9층까지의 업무공간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채소를 재배한다.


■ 미국 뉴욕 허드슨 강에는 선상 채소밭인 ‘사이언스 바지(Science Barge)’에서 상추, 허브, 오이, 토마토 등 10종류 이상의 채소를 재배한다. 소형 운송선에 순환식 수경재배 온실 2동을 설치하고 태양광, 풍력발전, 바이오 연료를 사용해 지속가능한 도시형 농원을 실현했다.


■ 미국 영부인이 가꾸는 백악관 텃밭(Kitchen Garden)은 직접 생산한 신선하고 건강한 채소로 저소득층 아동의 비만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백악관 남쪽의 잔디밭 140㎡를 텃밭으로 조성하고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직접 경작해 백악관 식재료로 사용한다. 나머지는 푸드뱅크에 기부한다.


■ 네덜란드 헤이그 시의 어린이들은 도시 내에서 농사짓는 경험을 하고 있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의 500만 시민의 절반 이상은 뒤뜰, 지하실, 옥상, 집 근처 공한지에서 농작물을 기르고 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도 도로변 또는 자투리 농지에서 채소, 꽃, 포도 등을 기르고 있다. 자료 : <도시농업>(들녘), 농촌진흥청 <도시농업의 매력과 가치> 보고서


참고자료 : 농촌진흥청 <도시농업의 매력과 가치> 보고서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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