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름값을 내려 보겠다며 내놓은 '알뜰주유소' 추진 계획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알뜰주유소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제 국내 정유사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입찰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SK에너지ㆍGS칼텍스ㆍ에쓰오일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모두 정부의 예상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 유찰된 것이다. 정부는 즉각 재입찰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유찰로 알뜰주유소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지 불투명해졌다.
알뜰주유소란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 등이 낮은 가격으로 휘발유, 경유 등을 사들여 일반 주유소보다 낮은 값으로 판매하는 주유소를 말한다. 지식경제부는 오는 2015년까지 전체 주유소의 10%에 해당하는 1300개의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ℓ당 100원가량 싼 기름을 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알뜰주유소 발상이 나왔을 때부터 정유사와 주유소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ℓ당 마진이 10~20원 수준인데 어떻게 더 싼값으로 손해를 보면서 팔 수 있겠느냐는 게 정유사의 항변이다. 주유소 역시 떨떠름한 표정이다. 왜 알뜰주유소만 특혜를 주느냐, 낮은 값에 받아 낮은 값에 팔면 무든 이득이 있느냐는 것이다.
정유사의 주장이 과장일 수 있다. 주 고객인 일반 주유소를 의식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알뜰주유소 계획은 실효성이 낮은 관료적 탁상 아이디어 수준이다. 주축인 정유사와 주유소가 반발하는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가. 당장 기름을 싸게 사기가 어렵다. 설사 공동구매에 성공한다 해도 이를 판매하겠다고 나설 주유소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알뜰주유소가 탄생한다 해서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기름값이 떨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도 지방에 가면 일반 주유소보다 더 비싼 값에 기름을 파는 농협주유소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정부는 국내 입찰에 실패할 경우 외국 정유사를 통해 석유를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기름값을 내릴 수 있다면 차라리 그런 방식을 택하는 게 낫다.
정유사 팔목을 비틀며 시장 가격기능을 왜곡하는 방식은 정도가 아니며 성공할 수도 없다. 알뜰주유소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소비자 부담을 덜어 줄 다른 대안을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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