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조직률이 197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 밑으로 떨어졌다. 고용노동부는 어제 지난해 전체 노동조합원이 164만3000여명으로 노조 조직률이 전년보다 0.3%포인트 줄어든 9.8%라고 밝혔다. 민주화 바람을 타고 1989년 19.8%까지 올라갔던 노조 조직률은 이후 계속 줄고 있다. 복수노조의 허용으로 올 들어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감소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는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산업구조가 대형 제조업 위주에서 정보기술(IT)이나 서비스업 등 지식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노조 조직화의 필요성이 줄어든 점을 들 수 있다. 사측이 적극적으로 노무 관리에 나서고 개인 성향이 강한 젊은 층이 집단적 성격의 노조 가입을 꺼리는 현상도 한 요인이다. 현실적으로 노조 가입도, 신규 설립도 어려운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조합원들의 피부에 닿는 노동운동보다 정치적 이슈에 매달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에 대한 거부감을 지나칠 수 없다. 조합비 유용, 성추문, 이권 개입 등 조직 내부의 부패와 비리도 불신을 키운 원인이다. 복수노조 허용 이후 9월 말까지 새로 생긴 498개의 노조 중 85.6%인 426곳이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고 독립노조를 택한 것이나 최근 제3의 노총인 국민노총이 출범한 것 등은 다 그 때문이다.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부의 합리적 배분 등 사회 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노동운동은 필요하다. 노조가 약화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닌 것이다. 노동운동이 조합원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건전한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활로를 찾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양대 노총이 변해야 한다. 기득권을 버리고 조직 이기주의와 정치투쟁의 구태에서 벗어나 비정규직을 끌어안으면서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생활 중심의 노조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건강한 노조활동은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 기업 역시 노조에 부정적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상생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소통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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