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호주 법원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과 관련해 조속히 결론을 내리기로 하면서 양사의 특허 전쟁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 공방이 빠르게 마무리되면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막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반면 애플은 본안 소송까지 시간을 벌고 싶었는데 법원이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등 상황이 뜻대로 되지 않아 못마땅한 반응이다.
애너밸 베넷 호주연방법원 판사는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에 대한 최종 심리를 내년 3월에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애너밸 베넷 판사는 지난주 삼성전자와 애플에 상대방의 제품에 대한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 건을 별개로 진행할 게 아니라 본안 소송과 일원화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본안 소송 외에 판금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소송과 본안 소송 2개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 그만큼 판결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베넷 판사는 본안 소송에 대한 판결을 조속히 내려주겠다고 양사에 제안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의 디자인 특허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삼성은 애플이 자사의 3세대(3G) 통신 특허를 침해했다고 맞서고 있다. 본안 소송에서는 이와 관련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다.
삼성전자는 호주 법원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루 빨리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아이폰, 아이패드2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별개로 진행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애플은 법원의 결정에 반대하며 삼성전자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스티븐 벌리 애플측 변호사는 "재판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내년 8월에 최종 심리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안 소송에서는 양사가 본격적으로 상대의 특허 침해 여부를 다투는데 애플로서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황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주장을 반박할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전쟁도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양사의 소송전이 2년 정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3월 최종 심리가 진행되면 한달 내에 호주 법원의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리가 앞당겨졌을 뿐 이번 결정이 삼성전자, 애플 중 어느 한쪽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속전속결로 소송을 치를 수 있어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막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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