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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착 '신호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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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원장 1700억대 주식 사회환원
李대통령·정몽구 회장 등 사회지도층, 사재출연 잇따라
빌게이츠·버핏·손정의 등 공익재단 설립 해외선 더욱 활발
대가성·정치적 의미로 퇴색..'나눔 실천' 자체는 오해 말아야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기업 오너의 사재출연이 이어지면서 한국사회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제'(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가 정착 단계에 오르고 있다.

'성공한 사람은 돈이나 권세가 아니라 자신이 태어난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게 바꾸는 데 기여한 인물'이라는 정신을 실천하려는 '모든 것을 가진' 경제ㆍ사회 지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부 문화가 사회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벤처기업의 신화로 불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이 보유한 1700억원에 달하는 주식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러한 추세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 들어 사회를 책임지는 기업인 또는 관련 인사들의 사재 출연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8월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범 현대가 오너 일가와 현대중공업그룹ㆍ해상화재ㆍ백화점ㆍ산업개발ㆍKCC 등 그룹 계열사가 총 5000억원에 달하는 사재 및 기부금을 출연해 '아산나눔재단' 설립을 선언했다.


이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보유하고 있던 5000억원에 달하는 현대글로비스 보유주식을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에 기부금 형태로 추가 출연하는 등 범 현대가에서만 1조원이 넘는 돈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올 들어 유난히 눈에 띄는 배경은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가진자'와 '못 가진자'의 구분이 확연히 일어나는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와중에서 기업인들이 솔선수범해 자신의 몫을 내놨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회가 혼란에 휩싸이면 대중들은 본능적으로 움츠리며 소극적 자세를 취하게 되는 데 이를 '방어적 퇴각'(Defensive Retreat)이라고 부른다. 즉, 방어적 퇴각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 인사의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더욱 강조된다.


◆재산 절반 기부 서약 운동 펼쳐= 이러한 사재 출연을 통한 기업인들의 사회적 의무 실천은 해외에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지난 1994년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워 현재까지 300억달러(약 33조원)를 기부했으며,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2006년 "440억달러 전 재산 중 99%를 기부하고, 그중 85%는 게이츠 재단에 전달하겠다"고 선언한 후 이를 실천하고 있다. 두 사람은 10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미국 400대 부자에게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달라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ㆍ기부서약)'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스티브 케이스 아메리카온라인(AOL) 공동 설립자, 투자자 칼 아이칸 등이 이에 서명했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의연금으로 개인 돈 100억엔(약 1300억원)을 기부했던 손정의 일본 스프트뱅크 회장은 자신이 은퇴할 때까지 매년 회사로부터 받는 23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전액 기부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으며, 리카싱 허치슨 왐포아 및 청쿵실업 회장은 1980년 리카싱 자선재단을 설립한 뒤 수천억원에 이르는 사재를 학교 및 사회단체 등에 기부했다.


◆오래된 역사, 문화로 전파 못돼= 한국에서도 기업인의 기부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가 지난 1971년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전 회사 주식 지분을 포함한 전 재산을 기부해 재단법인 보건장학회를 세운 것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가도 2007년 사재 등 8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삼성꿈장학재단을 사회에 헌납한 바 있다. 삼영그룹 창업주인 이중환 관정 이중환 교육재단 이사장은 2002년 장학재단을 설립한 뒤 매년 누적 사재 출연규모가 6500억원을 넘어섰으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2009년부터 연봉 등 개인수입의 10%를 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해외에 비해 크게 드러나지 못한 것은 전체적인 문화로 확대되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좋은 일은 드러내지 않는' 한국 고유의 문화도 기부 문화를 전파하는 장애물로 지적됐다.


◆대선 주자들의 기부 어떻게 봐야 하나= 많은 이들의 참여 덕택에 기부 문화는 확산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아직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치 부문에서 우려가 더 큰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유세전 당시 "집 한 채를 남겨놓고 전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밝히며 기부를 선거에 활용했다는 오해를 받았다. 사재 330억원을 출연해 설립된 청계재단은 지난해부터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지금도 청계재단은 크게 부각받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한 학습효과 덕분에 정몽준 의원과 안철수 교수의 통큰 기부도 큰 호응과 함께 "왜 하필 이때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기업인들의 솔선수범을 '선의'로 봐달라며 이를 통해 더욱 '가진자'들이 기부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현대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범 현대가가 설립한 아산나눔재단은 오너 일가 뿐만 아니라 전 국민 모두에게 재단 출연 등 참여의 문을 열어놨다"며 "이는 국민들이 함께 한 기부금을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뜻을 담은 것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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