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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큰 박수받는 사회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9초

재벌가 기부 시리즈 <3> 기부하는 기업인에 무한 존경을
긍정시각 확산.홍보 강화
기업인에 대한 불신 털어야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 16일 서울 계동 계동사옥에서 열린 범 현대가의 '아산나눔재단' 설립 기자 간담회장에는 수많은 취재진들 사이에 일련의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저소득층ㆍ취약계층에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단체 종사자들이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 이어 그 후손들이 큰 돈을 쾌척해 나눔 활동을 한다는 자체만으로 감동적이었기 때문에 직접 현장을 와보고 싶었다"는 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아산나눔재단이 기업 총수들의 기부 확산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들처럼 기업에 박수를 쳐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재벌 총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 자선 구호재단(CAF)과 여론 조사기관 갤럽이 함께 조사해 발표한 '2010년 세계기부지수(WGI)'를 살펴보면 한국은 조사대상 153국 가운데 탄자니아와 함께 공동 81위에 올랐다. 스리랑카와 영국이 공동 8위, 라오스와 시에라리온이 공동 11위, 탄자니아가 33위인 점과 비교하면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한창 낮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개인 기부금 비율도 한국은 0.54%에 그쳐 미국(1.67%)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김장훈씨, 김제동씨 등의 선행 사례를 계기로 한국에도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 조사결과를 놓고 볼 때 아직 우리 국민들은 기부에 적극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기부에 인색한 국민들이 정작 기부를 안 하는 이유를 재벌 총수 탓으로 돌리곤 한다는 것이다. "난 먹고 살기도 힘드니까 돈 많은 재벌이 내 몫까지 내야 한다"는 건데, 재벌이 주머니에서 돈을 안 꺼내서 그렇다는 것이다.


A그룹 사회공헌 담담 고위 임원은 "사회가 투명하고 공명정대하지 못해 내가 피해를 본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 국민들이 기업인에 강한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들이 여러 가지 사회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지만 이를 순수하게 받아주고 평가해주는 대신 '뭘 잘못했지?'라며 단점만 꼬집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하고, 기업 전 구성원들이 나서 봉사활동을 전개해 오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은 재벌 총수들의 사재 기부로 진화ㆍ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선행은 여전히 저평가 받고 있다.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은 재벌 총수의 사재 출연 확산이라는 현상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총수가 개인 돈을 꺼내야만 최고의 선행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다.


프랑스의 세계기부지수는 91위로 한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도 재벌과 일반 국민들간의 부의 양극화가 큰 국가다. 지난해 12월 현지 언론사인 라 리베라시옹은 자국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기부 서약 동참 의사를 조사한 결과, 기부 서약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기사를 접한 프랑스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았다. 프랑스 재벌들은 세금을 충실히 내고 있고, 세금 제도를 통한 재분배가 기부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대책으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 재벌 총수의 사례에 찾아볼 수 있는 교훈은 국민들이 기업인이 기업을 설립해 거둔 부에 대해 합당하고 타당하다고 여겼고, 기업인이 거둬들인 부를 사재 출연이나 세금 납부 등을 통해 올바르게 사회에 환원하면 국민들은 이를 인정하고 박수를 쳐준다는 것이다. 실천하는 기업인에게 따뜻한 보답으로 화답해주는 문화, 기업인들을 존경해주는 정서가 생성돼야 재벌 총수들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한국에는 존경받는 기업인이 없다고 하는데, '존경받기 위해' 일하는 기업인도 많아야 하지만 '기꺼이 존경 하겠다'는 국민들이 있어야 진정한 존경받는 기업인이 탄생할 수 있다"며 "기업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전파될 수 있도록 정부도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재벌 총수의 사재 출연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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