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가디리던 그의 입에서 정치대신 기부 발언이...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과학연구원장이 '깜짝 기부'라는 방식을 통해 사실상의 정치행보를 시작하면서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신당 창당설과 총선대선 출마설 등 정치권 안팎에선 각종 소문이 무성했지만, 공식적인 창당식도 아니고 출마 선언도 아닌 자신의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대선출마 가능성을 알리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
◇必死則生(필사즉생)= 지난 10.2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통해 '신드롬'까지 일으킨 안 원장이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 공천권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정치권 앞에서 '버리는 정치'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높인 것이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 대치가 극심한 상황에서 안 원장의 기부는 기존의 정치권과 분명한 대비효과를 불러왔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실제 안 원장의 정치권 입문 여부와 무관하게 사실상의 대권행보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지지율 50%에 육박하던 안 원장이 5%에 불과한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면서 대권후보 반열에 올랐던 것처럼 자신만의 정치 스타일로 '대권 출사표'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선거지원을 전통적인 메신저인 '편지'를 통해 전달한 것처럼 이번에는 직원들에 대한 '이메일'을 통한 것 역시 '안철수식 정치'라는 것이다. 기존의 정치는 정당의 공천을 받아 선거에 입후보해 당선되고, 조직의 세를 불려 권력 쟁탈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는 것이다. 그러나 안 교수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버리는 방식'으로 기존의 정치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다.
◇'안철수 흔들기' 차단막 효과 = 안 원장의 이번 기부는 그동안 정치권의 '안철수 흔들기'에 대한 차단막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서울시장 재보선 이후 여야 모두 안 원장에 대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안 교수가 대선 출마 선언도 없이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지지율을 보이며 4년간 견고하던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고 있는데다, 20~40대의 무조건적 지지를 받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경계하는 분위기도 분명하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여야 잠룡들은 벼르고 있다. 실제 강용석 의원은 지난달 안 원장이 매년 안철수 연구소의 배당금 10억여원을 받는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정치권의 '검증' 분위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안 교수가 재산 절반을 내놓은 점은 이같은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인에 대한 여야의 흔들기가 시작된 시점에서 기부라는 방식은 이를 효율적으로 막는 방법"이라며 "지금 안철수 교수를 비난하는 정치인은 매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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