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가는 MB, 칼가는 野…오늘 그곳은 FTA 결투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김승미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국회 및 여야 지도자들과 만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국익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비준 동의안 처리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다. 청와대에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김효재 정무수석 등이 배석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회를 방문하기로 했으나, 민주당의 요구로 방문 시기를 이날로 늦췄다. 전날까지만 해도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을 약속하지 않으면 이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던 민주당은 "문제를 풀어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입장을 바꿨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단순히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고 야당을 압박하고 일방적 강행처리의 명분쌓기용으로 이용될까봐 우려스럽다"면서도 "그래도 대통령을 만나서 우리 국민들의 한미 FTA에 대한 절절한 우려를 제대로 전달을 하고 이러한 모든 문제들을 여야 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풀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국회 회동에서 야당을 설득할 카드를 제시할 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이번에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한미 FTA가 조속히 발효되지 않으면 일본 등 경쟁국에 해외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한미 FTA 비준안 처리의 중요 분기점이 마련되길 기대한다"며 "여당으로서 야당의 주장과 반론에 긍정적으로 임하고 대타협을 통해 한미 FTA의 결실을 조속히 맺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2004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여야 4당 대표들에게 한·칠레 FTA 비준안 처리를 요청한 바 있는데 이런 것이 대한민국 의정의 중요한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한미 FTA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이날 만남에서 그동안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FTA 정국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FTA 문제를 두고 당내 갈등을 추스려야 한다. 한나라당은 물리력을 통해 비준안 처리를 강행해야 한다는 진영과 협상파들의 의견 차이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국회방문을 계기로 강행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당내 결속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당론으로 정하기는 쉽지 않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협상을 통해 추가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손 대표를 비롯한 강성파들이 여전히 ISD 재협의를 요구하고 있어 여야 합의를 단시간내에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정치적 이해 때문에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유도했다', '한미 FTA를 파탄에 빠트리게 했다' 등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조영주 기자 yjcho@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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