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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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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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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안경에 촌티패션의 주인공 '툴라'. 미국에 사는 이민가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문화와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집안의 외동딸이다. "그리스인은 세계인을 그리스인으로 동화시켜야 한다"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으며 가업으로 내려오는 레스토랑에서 허드렛일을 도맡고 있다.


그러던 중 서른 살 그녀에게 첫사랑이 찾아온다. 미국 청교도 집안에서 자란 남자친구에 대해 가족들은 '그리스인이 아니다'란 이유로 결혼 반대작전을 펼친다. 상견례 자리에 나타난 툴라의 대가족은 남자친구의 험담을 늘어놓는가 하면 폭탄주를 돌려 당황시키기도 한다. 결국, 세례를 통해 그리스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해프닝을 치르고 왁자지껄한 그리스식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2003)은 개봉 당시 그리스 문화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평단의 호평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 역사 동안 잦은 외침과 불우한 근대사를 겪었지만 지금까지도 그리스 문화를 잘 지켜온 그들의 민족성만큼은 훌륭하다는 평을 듣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자존심이 자만으로 변질된 것일까? 한때 유로존에서도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던 그리스의 현재 모습은 영화와는 많이 달라 보인다. 2009년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는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은 올 2분기 16.3%까지 치솟았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는 그리스 구제를 위해 긴급 자금 수혈에 들어갔지만 공공분야 파업과 국민 여론만 의식하는 정치인들 탓에 구조조정에 대한 성과는 회의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리스는 이제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이자 글로벌 경기 침체의 원인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해 "자신의 능력을 가늠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벌인 복지 정책이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관광업과 해운업이 전부였던 그리스 경제구조에서 공공분야 지출은 빠르고 효과적이었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폭 늘어났고 전 계층에 대한 사회 복지 혜택 덕분에 빈부격차를 줄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축제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체질 변화 없이 지출만 늘리는 그리스 정부의 정책은 이내 한계를 드러냈다. 2001년 EU 가입 당시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섰다. 2005년에는 EU로부터 재정 적자 축소 권고까지 받았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국가 재정은 더 악화되었음에도 사회복지 지출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36.3%를 복지예산으로 책정하며 방만한 재정 운영을 이어갔다.


뒤늦게나마 그리스 정부는 사활을 걸고 긴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매일같이 벌어지는 파업과 거리시위를 보면 사태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달콤한 과(過)복지의 혜택은 짧다. 하지만 그 후의 고난은 세대를 거듭하여 전가되기 마련이다. 살기 좋고 행복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국가 존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긴 하지만 한 세대의 행복을 위해서 후세대의 미래를 담보로 잡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무상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를 하고 우리가 누린 복지의 대가로 후손들이 막대한 세금부담을 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복지의 규모와 재원을 놓고 설전이 오가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복지 증대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복지 자체를 반대하거나 축소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상황과 여건에 맞게 확대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래의 성장잠재력 확충과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야만 일자리 창출과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진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스식 복지'가 훌륭한 반면교사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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