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없다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뷰앤비전]'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없다
AD

잠자리 안경에 촌티패션의 주인공 '툴라'. 미국에 사는 이민가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문화와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집안의 외동딸이다. "그리스인은 세계인을 그리스인으로 동화시켜야 한다"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으며 가업으로 내려오는 레스토랑에서 허드렛일을 도맡고 있다.


그러던 중 서른 살 그녀에게 첫사랑이 찾아온다. 미국 청교도 집안에서 자란 남자친구에 대해 가족들은 '그리스인이 아니다'란 이유로 결혼 반대작전을 펼친다. 상견례 자리에 나타난 툴라의 대가족은 남자친구의 험담을 늘어놓는가 하면 폭탄주를 돌려 당황시키기도 한다. 결국, 세례를 통해 그리스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해프닝을 치르고 왁자지껄한 그리스식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2003)은 개봉 당시 그리스 문화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평단의 호평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 역사 동안 잦은 외침과 불우한 근대사를 겪었지만 지금까지도 그리스 문화를 잘 지켜온 그들의 민족성만큼은 훌륭하다는 평을 듣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자존심이 자만으로 변질된 것일까? 한때 유로존에서도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던 그리스의 현재 모습은 영화와는 많이 달라 보인다. 2009년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는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은 올 2분기 16.3%까지 치솟았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는 그리스 구제를 위해 긴급 자금 수혈에 들어갔지만 공공분야 파업과 국민 여론만 의식하는 정치인들 탓에 구조조정에 대한 성과는 회의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리스는 이제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이자 글로벌 경기 침체의 원인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해 "자신의 능력을 가늠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벌인 복지 정책이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관광업과 해운업이 전부였던 그리스 경제구조에서 공공분야 지출은 빠르고 효과적이었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대폭 늘어났고 전 계층에 대한 사회 복지 혜택 덕분에 빈부격차를 줄이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축제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체질 변화 없이 지출만 늘리는 그리스 정부의 정책은 이내 한계를 드러냈다. 2001년 EU 가입 당시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섰다. 2005년에는 EU로부터 재정 적자 축소 권고까지 받았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국가 재정은 더 악화되었음에도 사회복지 지출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36.3%를 복지예산으로 책정하며 방만한 재정 운영을 이어갔다.


뒤늦게나마 그리스 정부는 사활을 걸고 긴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매일같이 벌어지는 파업과 거리시위를 보면 사태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달콤한 과(過)복지의 혜택은 짧다. 하지만 그 후의 고난은 세대를 거듭하여 전가되기 마련이다. 살기 좋고 행복한 국가를 만드는 것은 국가 존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긴 하지만 한 세대의 행복을 위해서 후세대의 미래를 담보로 잡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무상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를 하고 우리가 누린 복지의 대가로 후손들이 막대한 세금부담을 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복지의 규모와 재원을 놓고 설전이 오가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복지 증대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복지 자체를 반대하거나 축소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상황과 여건에 맞게 확대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래의 성장잠재력 확충과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야만 일자리 창출과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진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스식 복지'가 훌륭한 반면교사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