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업률이 2.9%로 집계되어 9년 만에 처음으로 2% 대로 떨어졌다는 통계청 발표를 두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발언은 그것을 들은 귀를 의심케 한다. 그는 어제 "지난달 취업자 증가 수치가 마의 50만명을 돌파했고, 신세대 용어로 표현하면 고용대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통계를 둘러싼 그동안의 실업률 사각지대 논란도 이로써 깨끗이 해소됐다"고까지 단언했다. 하필이면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위기관리대책회의'라는 이름을 내걸고 연 경제부처 간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에 대해 '취업난이 심각한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고용통계의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호들갑 떨 일이 아님을 누구나 알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비로 일자리가 50만1000개 늘어났지만 그중 30만개는 50대, 19만2000개는 60대의 몫이다. 20대의 일자리는 전혀 늘어나지 않았고 30대의 일자리는 6만6000개 줄어들었다. 젊은이의 취직이 어려운 상황이 오래 계속되자 그들의 부모가 속한 세대인 50ㆍ60대가 가계 유지를 위해 대거 일터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중소 산매업과 음식업 등 저부가가치 서비스 업종 중심으로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거나 불안정한 자영업에 뛰어들어 하루하루 생존하느라 허덕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업률이 낮다고 고용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은 지난달 59.9%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속하는 수치다. 고용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했거나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실업률 계산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공채에 응시할 준비를 하는 대졸자는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일 뿐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정치권, 언론, 관련 학계 등에서 보다 현실감 있는 고용통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나 정부는 고용통계를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라는 요구를 묵살해 왔다. 재정부 장관이 비현실적인 실업률 수치만 보고 '고용대박' 운운한 것은 고용통계 개선이 더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임을 말해 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