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00억 벌고, 5900억 빠지고 ··· 파트너 결별에 희비
[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글로벌 타이어업체 미쉐린이 한국타이어 지분 매각으로 거액을 챙겨 웃은 반면, 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한국타이어는 울상이다.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를 잃은데다 '오버행 이슈(잠재적 물량부담)'가 주가의 발목을 잡아 이래저래 걱정이다.
9일 증시에서 한국타이어는 전날보다 8.36% 급락한 4만2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쉐린의 지분매각 소식에 외국인이 800만주 넘는 물량을 쏟아낸 바람에 하루만에 시가총액 5935억원이 증발했다. 지난 4일 5만원까지 올라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쓴 후 사흘 연속 이어진 하락폭은 14.5%에 달한다.
미쉐린은 지난 8일 장 마감 후 한국타이어 주식 전부(1519만5587주)를 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4만1000원으로 총 매각대금은 6230억원에 달한다.
◆미쉐린, 4500억 이상 벌어 = 미쉐린은 지난 2003년 1월 한국타이어와의 전략적 제휴에 따라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총 1870억원을 들여 한국타이어 지분 9.98%를 분할 매입했다. 단일 주주로는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지분율 15.99%) 다음인 2대주주에 올라설 정도로 투자규모가 컸다.
미쉐린의 한국타이어 주식 매입가는 1주당 1만2300원 수준이다. 이번 매각가와 비교하면 미쉐린은 1주당 2만8700원의 차익을 얻은 셈이며, 총 매각차익 규모는 4360억원에 달한다.지난 7년간 한국타이어로부터 받아간 200억원의 배당금을 포함하면, 미쉐린은 한국타이어 지분 투자를 통해 원금의 2.5배에 달하는 총 4560억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 된다.
◆오버행 이슈, 주가에 부담 = 이번 지분 매각으로 손쉽게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미쉐린이 웃은 반면 한국타이어는 울상이다. 지분 매각이 사실상 두 회사의 결별을 의미하므로 한국타이어는 비지니스상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를 잃게 됐다. 게다가 업계 일각의 예상처럼 미쉐린이 한국타이어 대신 넥센타이어와 제휴하는 일이 현실화될 경우, 업계 경쟁구도에 변화가 올 수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당장 물량부담이 크다. 과거 미쉐린의 한국타이어 지분 취득은 '자사주 취득 효과'에 비견될 정도로 한국타이어 주가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이젠 반대상황. 미쉐린 물량을 받아간 기관들이 주가가 오를 때마다 차익매물을 내놓을 우려가 커졌다. 특히 최근 한국타이어 주가가 원재료인 천연고무값 하락과 중국의 긴축완화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던 터라 아쉬움이 더욱 크다.
임은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타이어 주가는 이미 경쟁업체들 보다 30% 이상 프리미엄 상태인데다, 이번 지분매각은 물량이 커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금융투자도 "내년 제한적인 매출성장 가능성을 감안할 때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부담스러운 밸류에이션 수준"이라며 한국타이어에 대한 목표가를 현 주가보다 낮은 4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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