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태국의 첫 여성 총리인 잉락 친나왓(44)의 정치적 야망이 시험대에 오르기도 전에 물에 잠겼다.
지난 7월25일 시작돼 3개월 넘게 계속된 홍수의 피해 극복과 경제정상화 과정에서 잉락의 리더십 부재가 도마위에 올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보도했다.
태국에서는 1942년 이후 가장 최악의 홍수로 400명이 죽고 수천명이 부상했으며 7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태국의 1000개 이상의 공장이 홍수 피해로 문을 닫으면서 생산량이 저하돼 미국·일본 등 세계적인 자동차, 컴퓨터 산업이 큰 피해를 입게됐다. 이와 함께 관련 산업이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적인 컴퓨터업체인 에이서는 태국 홍수 피해로 공장이 문을 닫아 올해 3분기 순익이 5~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같은 기간 에이서의 하드디스크 가격은 5~20%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FT는 태국의 홍수로 피해를 겪은 사회기반시설과 집, 공장 등을 재건하는데에도 많은 비용과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티라차이 푸와낫나라발라 태국 재무장관은 "태국의 피해 규모는 그 어떤 재해보다 더욱 심각하다"면서 "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1.7%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태국 중앙은행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은 4.1%에서 2.6%로 대폭 낮췄다.
지난 2004년 인도의 쓰나미 피해로 인도의 GDP성장률이 0.3% 감소했고, 지난 3월 일본 쓰나미 피해로 GDP성장률이 0.1% 낮아진 것과 비교해도 태국의 홍수 피해 규모는 최고 17배까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미국 포드차 등 세계 자동차 업체들의 4분기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수 천개의 공장이 밀집해 있는 태국의 한 기업 관계자는 "태국의 신뢰성이 지금 이 곳에서 결정 지어질 것"이라면서 "침수 피해를 입은 공장과 기업들이 속한 산업을 어떻게 보호할 지 잉락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잉락 총리는 "홍수 피해자 구호와 침수된 공단 복구 작업 등에 최소 3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약 380억바트(12조3100만 달러)를 투입해 복구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발 빠른 대응책을 마련 중에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학회의 싱가포르기관정치학 전문가인 파빈 차차바룽푼은 "이번 홍수는 분명히 정치적 이슈화될 것"이라면서 "방콕 주지사는 물로 군(軍), 내각 등 누구도 잉락의 의견과 지시를 듣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잉락은 최근 위기관리능력 실패와 리더십의 부재를 보여줬다"면서 그녀의 정치적 야망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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