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소속팀 감독들의 멘트만 보자면, 한 명은 천국에 있고 한 명은 지옥에 있다. 이들이 주말 같은 시각 운명의 경기를 맞닥뜨린다.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따라 자신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엔 전혀 기회를 못잡을 수도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박주영(아스널)이 오는 6일(한국시간) 0시 나란히 2011~201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를 치른다. 맨유는 선덜랜드와, 아스널은 웨스트브로미치와 정규리그 11라운드를 치른다. 맨유는 현재 승점 23으로 선두 맨시티(승점28)를 바짝 뒤쫓고 있고, 아스널(승점16)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며 초반 부진을 만회, 7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주말 경기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전·현 '캡틴'인 박지성과 박주영의 향후 팀내 입지를 가늠하는 커다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단 박지성은 '맑음'이다. 맨유에서 벌써 6번째 시즌을 맞이한 박지성은 한층 노련하고 감각적인 플레이로 팀에 영양가 높은 공헌을 하고 있다. 벌써 1골4도움을 기록, 한시즌 최다 도움 6개(2005~2006시즌, 2010~2011시즌)에 육박했다. 지난 3일 오텔룰 갈라치(루마니아)와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서도 1-0으로 앞선 후반 35분 출전해 10분간 '짧고 굵은' 활약을 하며 상대 자책골을 유도한 웨인 루니의 슛을 도왔다.
경기 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퍼거슨 감독은 "마이클 캐릭과 톰 클레벌리가 부상 중이어서 루니를 중앙 미드필더로 내세웠다"고 말한 뒤 "그 자리에 박지성을 내보낼 수도 있지만, 박지성은 이번 주말 선덜랜드와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박지성을 이날 후반 10분 가량만 출전시킨 이유가 중앙 자원이 현격히 부족한 현재 팀 상황에서 '센트럴 팍'으로 뛰어난 경기감각을 보여준 박지성의 체력을 아끼기 위한 배려였던 것이다. 때문에 선덜랜드전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이 유력시 되는 박지성이 또다시 지능적인 플레이로 퍼거슨 감독을 흡족하게 해줄 지 기대된다.
반면 박주영의 날씨는 '매우 흐림'이다. 지난 2일 꿈에 그리던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깜짝' 선발 출전했지만 플레이는 굼떴고 평가는 냉혹했다. 다시 출전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 우려될 만큼 차가운 반응 일색이었다.
박주영은 이날 마르세유(프랑스)와 2011~2012 유럽축구연맹(UEFA) F조 4차전서 로빈 판 페르시를 대신해 선발로 나섰지만 단 하나의 슈팅도 때리지 못하는 부진 끝에 후반 17분 물러났다.
영국 언론은 일제히 판 페르시를 벤치에 앉히고 박주영을 선발로 내세운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벵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판단 미스를 스스로 인정했다.
벵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판 페르시를 선발로 내세우지 않은 건 실패한 도박이었다"고 말했다. 벵거 감독이 박주영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판 페르시의 교체출전을 '실패한 도박'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대신 선발로 나선 박주영을 '실패한 카드'로 인정했다. 향후 박주영의 출전 가능성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는 얘기다. 경쟁자인 마루앙 샤막이 무릎 부상으로 여전히 교체출전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박주영 스스로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실낱같은 기회와 희망마저 무용지물이 된다.
칼링컵 2회 출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회 출전. 박주영에겐 아직 갈길이 멀다. 프리미어리그 데뷔도 아직 하지 못했다. 과연 벵거 감독이 노여움을 풀고 박주영에게 또한번 찬스를 줄 수 있을 지, 박주영이 칼링컵 16강전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보여준 환상적인 플레이를 또한번 펼치며 기적적으로 회생할 수 있을 지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린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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