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아시아경제 금융IT포럼' 성황
각 분야 전문가 12명 강연자로 나서
감독지침 제정·고객정보 암호화 시급
'방패' 구축 과감한 투자 주문
아시아경제신문과 금융보안포럼의 공동 주최로 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경제 금융IT포럼'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무렵까지 이어진 이날 포럼에서는 정·관·학계와 금융권, IT업계 등에서 12명의 연사가 주제발표를 했고 은행·증권·보험·카드 등은 물론 IT업체 및 법조계에서 모인 200여명의 참석자들이 강연에 귀 기울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강연자 및 참석자들은 날로 진화하는 해킹 기술 및 방식에 대비하려면 당국의 정책 마련이 선행돼야 하고 기업들의 보안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IT 투자가 비용이 아닌 생존전략이란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
이날 포럼에서는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과 김석동 금융위원장, 오해석 청와대 IT 특별보좌관, 곽창규 금융보안포럼 회장 등이 축사와 기조연설을 했다.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이우철 생명보험협회장,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 등도 내빈으로 참석했다.
◇날로 진화하는 해킹= 최근 국내 금융·IT업계에서 해킹 등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잇따르면서 정보보안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해킹 수법도 갈수록 더 교묘해지고 있지만 금융회사의 보안능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금융회사를 비롯한 기업들의 해킹 피해에 대한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9월 말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도 기업들의 관심사다. 아직 시행 초기다 보니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기업들은 고객 개인정보를 제3자에 넘기려면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고객정보 파일은 보안프로그램이나 암호화 등을 통해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등 사업 전반에서 기존 관행을 깨야 한다.
관련 법 준수와 보안 강화를 위해서는 기업 내부적으로 인식이 바뀌고 IT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업 내부에서 IT·보안 분야는 '필수'라기보다는 '비용'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강하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사회 전반적인 인식 제고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1% 구멍만 있어도 보안체계 붕괴"= 전성학 현대카드·캐피탈 최고보안책임자(CSO)는 이날 강연에서 "보안은 임직원의 보안의식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보안시스템을 아무리 잘 갖춰도 1% 구멍만 있으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해커들은 어렵게 만든 보안시스템을 뚫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열려 있는 구멍 즉, 취약한 부분을 찾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만큼 보안에 예외가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비밀번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커들이 가장 먼저 노리는 것이 다름 아닌 비밀번호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쉬운 비밀번호를 사용할수록 해커들의 공격에 쉽게 뚫릴 수밖에 없다. 구태언 법률사무소 행복마루 변호사는 "최근 해킹사고들은 중요한 시스템관리자의 PC를 통해 일어났다"며 "지난달 발표된 전자금융 감독규정 개정안에는 단말기의 외부 인터넷 접속 허용 여부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실무자들의 혼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감독당국에서는 최소한의 안내지침(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외부 해킹 대비 못지않게 내부통제 중요"= 김경수 외환은행 IT본부장은 "정보보호 강화를 위해 외부 해킹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에 대한 관리·통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IT가 발전하면서 내부 직원에 의해 대량의 정보가 손쉽게 유출될 수 있는 경로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보안 투자는 기업 생존을 위해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외환은행은 모든 직원의 PC에서 어떤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이동되는지 감시하는 시스템을 연내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암호화되지 않은 고객정보는 즉시 암호화시키고 일정시간이 지난 정보는 삭제하도록 지시하는 등 정보보안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정보보안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 내부의 인식 제고가 중요하다고 김 본부장은 강조했다. 앞서 외환은행은 지난 5월 IT 부문에 추가로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도 했다.
[특별취재팀= 조태진 차장, 채지용, 이광호, 이지은, 박민규, 김은별, 임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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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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