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드레우 도박에 獨·佛 속 터진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이르면 다음달 4일 실시한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이달 안으로 지급하기로 한 8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의 지급을 보류해 국민투표 실시 결정을 한 그리스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3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2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 칸에 모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연합(EU) 정상들과 긴급회동를 갖고,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남을 수 있을지, 그리스가 수 십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이르면 다음달 4일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파판드레우 총리 신임 투표에서 총리가 의회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국민투표는 이뤄질 수 없다. 그리스의 집권 여당은 사회주의당인데 의석이 과반수를 넘어서고 있어 신임 투표가 아슬아슬하게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만 내각 내 반대표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국민투표가 그리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말로 그리스에 구제금융안 수용을 촉구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다음달 4일 열릴 국민투표에서 그리스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유로존은) 더 이상 연장된 불확실성의 시기를 겪을 여유가 없다"면서 "우리는 그리스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리스는 (긴축안을) 법제화하기 전에는 한푼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국민투표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예스(Yes)' 또는 '노(No)'를 답하는 의미만을 지닌다"면서 사전 통보 없이 의미 없는 국민투표를 결정한 것을 질책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재무장관회의 의장도 "그리스에 대한 지원은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에 달려있다"면서 "그리스는 80억 유로를 잃었으며, 그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주 안에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제공하는 8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EU 정상들은 이날 긴급회동에서 80억 유로를 국민투표가 끝날 때까지 보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스가 지난달 결정된 구제금융안에 서명하고 국민투표로 인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전까지는 EU와 IMF가 6차분 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EU 내에서는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일종의 '도박'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 2차 구제금융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번 국민투표가 긴축안에 대한 것이지만, 그 결과에 따라서 유로존 탈퇴가 불가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유로존 탈퇴를 원치 않는 그리스 국민들이 부결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국민투표 결정에 대해 "그리스가 EU와 유로존의 회원국임을 결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국민투표가 가결되면 그리스 정부는 긴축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명분을 얻는다. 그리스 현지 언론 투 비마(To Vima)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는 유럽연합이 요구한 긴축재정안을 반대하면서도 유로존 탈퇴에 대해서는 70%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선미 기자 psm8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