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증축 검증 결과’ 발표… 구조보강 가이드라인 ‘눈길’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해도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안전성을 이유로 수직증축을 반대하는 국토해양부의 입장과 상반된 결과다.
지난 4.27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공약으로 내건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안’은 6개월이 넘도록 국회에 머물러있다. 현재 여·야 모두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 반면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안전성’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1일 대한건축학회는 ‘리모델링 수직증축 검증 결과’를 통해 안전성을 입증했다. 현재 적용 가능한 건축공법 활용시 3개층까지 수직증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번 연구를 수행한 이원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학회 차원의 층수별 구조보강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1층 증축시 건물 기초 마이크로파일 일부 보강·저층부 기둥 일부 보강 ▲2층 증축시 기초 마이크로파일 보강·저층부 기둥 철판 보강 ▲3층 증축시 기초 마이크로파일 보강·저층부 기둥 철판 보강·건물 기초 단면 보강이라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마이크로파일이란 건축물 지하의 지반을 강화시킬 수 있는 말뚝을 일컫는다. 이를 통해 층을 높이거나 주변에 신축이 가능하다. 특히 지하 암반층까지 깊숙히 말뚝을 넣어야하는 기존 공법과 달리 토양층에서도 뛰어난 지지력을 발휘한다. 이와함께 기존 내부 벽체를 경량 칸막이 재질로 바꾸는 등 건물 하중을 줄이는 방법도 병행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노후 아파트의 내진 보강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내 건축물은 1988년부터 내진 설계가 적용돼 5.5~6 규모의 지진에는 취약한 이유에서다. 정광량 한국면진제진협회 부회장은 “현재 기술로도 기존 건물에 대한 기초 및 기둥 보강 외에 제진장치 설치, 벽체 단면 보강, 벽체 추가 등을 통해 내진성능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직증축을 활용하면 아파트를 향후 3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리모델링 대상 단지들이 주로 2베이 구조로 설계된데 비해 수직증축을 활용하면 3베이 구조까지 변경 가능하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이형욱 1기 신도시 리모델링연합회 회장은 “전문 기관 검증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는 수직증축 반대 입장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사무처장 역시 “정부는 안전성을 이유로 수직증축을 반대한다면서 지진 안전에 대해서는 주민 스스로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동주택 내진 성능 확보를 위한 비용 조달 방안도 확보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만큼 주민 부담을 줄이는 수직증축이 최선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선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서유럽에서는 이미 전체 건설시장의 50%를 상회할 정도로 활성화된 리모델링은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인 건축 방식”이라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주거 환경 개선과 함께 내진성능 향상 등 공적인 역할도 수행 가능한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리모델링 활성화 법안에는 리모델링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핵심은 가구 수 증가와 일반분양 허용이다. 민주당에서 발의한 개정안은 ▲전용면적 50%까지 증축 ▲증가한 면적의 3분의 1 범위 이내에서 일반분양 허용 ▲일반분양분의 30% 임대주택 건설 등이다. 한나라당 개정안은 ▲전용면적 40%까지 증축 ▲제한 규정 없이 일반분양 허용 등이 골자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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