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최근 원인미상 폐질환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지목된 가운데 총 58건의 피해사례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처럼 피해사례가 줄을 잇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최종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품 강제회수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2차 피해사례 발표와 정확한 실태조사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지난 9월 20일 1차 피해사례로 발표된 8건 외에 그동안 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모임으로 50건이 추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접수된 58건의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폐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태아 1명을 비롯해 영유아(12개월 미만) 14명, 소아(12~36개월) 2명, 산모 1명 등 모두 18명이다.
전체 피해 사례의 절반(45%)에 달하는 26건은 가족 단위였다. 가족 구성원 4명 모두 피해를 당한 사례가 1건, 가족 3명이 피해입은 경우가 3건, 2명이 7건 등이다.
연령별로는 영유아가 29건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성인(22건), 소아(4건), 청소년(2건), 태아(1건) 등의 순이다. 노인을 제외하고 태아부터 성인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피해 유형별로는 원인미상 급성 간질성폐렴, 폐렴, 세기관지염, 기흉 등 환자가 35건으로 가장 많았다. 사망한 사례는 18건이었으며, 검사 중이거나 불안을 호소하는 등 기타가 5건이다.
또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에 따르면 2006년부터 현재까지 급성간질성 폐렴 진단을 받은 환자는 총 49명이다. 이중 21명(42.9%)이 사망했으며, 현재 1명은 폐이식 후 치료를 받고 있다.
홍수종 교수는 "이 환자들은 어떤 치료를 해도 듣지 않고 조직검사에서도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었다"면서 "호흡기도를 통한 환경물질 노출 또는 감염 등의 원인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8월 말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집단이 사용하지 않은 군보다 폐손상 가능성이 47.3배 높다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당시 본부는 국민들에게 사용 자제를, 제조·판매사에게는 출시 및 유통 자제를 권고했다. 또 온라인과 일부 소매상을 통해 판매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및 인터넷 판매업체에 유통·판매 중단과 제조사에 자발적 제품 회수 조치를 내렸다.
현재 본부는 동물 흡입독성 실험과 위해성 평가 등 추가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아직 최종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 제품 회수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를 강제 회수조치 하지 않아 그로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영유아, 산모 등에게 돌아갔다"면서 "정부가 사실상 안전관리를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추가 피해자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임종한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사회 및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재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과는 분명한 연관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후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강제 리콜과 같은 정부 조치가 잇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승기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장은 "가습기 살균제는 그동안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제품이어서 위해성을 확인하고 필요시 강제 조치를 취할 부처 및 절차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달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관리하는 내용의 최종 고시를 해서 정부에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달 중순쯤 동물 흡입독성시험 등으로 최종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실험이 완료되면 그 결과에 따라 합당한 법적 조치를 지체없이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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