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농협, 금리 장난질 '돈빼먹기'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검찰이 곪은 서민금융에 꺼내든 메스는 저축은행에만 머물지 않았다. 또다른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지역 단위농협의 서민대출 관련 비리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에 나선 것이다.
1일 대검찰청과 농협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대출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가산금리를 인상해 수십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과천농협 김모 조합장, 상무이사, 금융담당 이사 등 3명을 구속했다.
검찰 조사결과 과천농협은 지난 2009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금리를 인하해야 함에도 임의로 가산금리를 2.5%에서 4%대로 인상해 47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700여명에 달하는 농민이 부당하게 이자 비용을 지출하는 피해를 봤고, 이같은 피해는 계좌로 치면 모두 1200개 이상에 걸쳐 일어났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과천농협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전산자료와 회계장부를 분석한 데 이어 불법영업을 주도한 임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속된 김 조합장과 주요 임원을 상대로 이들이 상급 감독기관에 로비를 벌였는지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단위농협 내부에 범행에 가담한 직원이 더 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과천농협 외에도 대출 관련 비리를 저지른 단위농협들이 더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창원지검은 지난 5월 창원 모 단위농협 지점 임원이 대출브로커, 감정평가업체와 짜고 담보 부동산의 평가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을 대출해준 혐의로 관련자 8명을 기소한 바 있다.
전국적으로 단위농협은 1160여개에 이르고 총 대출잔액은 10월 말 현재 14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전국 단위로 확대될 것이며, 과천농협 수사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단위농협이 농민 등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서민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는 점에 감안해 검찰이 수사의 강도를 점점 더 높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특히 농민들의 경우 단위농협을 빼면 자금융통의 수단이 마땅치 않아 이번에 단위농협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농가의 연쇄적ㆍ잠재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단위농협 사건은 수사의 당위성과 필요성 차원에서 더 따져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시급한 문제"라면서 "곪아터진 부분을 빨리 도려내지 않으면 앞으로 농민 등 서민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수사가 어디까지 뻗칠 지는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렵다"면서 "수사 과정에서 제기되는 작은 의혹도 놓치지 않고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은 최근에 터져나온 저축은행 사태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다시 한 번 수사 의지를 다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