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듀오 커플매니저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 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옛 말이 있을 정도로 남녀의 인연을 맺어준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세 커플만 맺어주면 죽어서 천국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미 커플성사로 쥐어지는 천국행 티켓이라면 지인들에게 주고도 남을 정도로 차고 넘치는 사람이 있다. 듀오의 커플매니저 10년 경력차인 김수정 팀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느 조직에서든 카운슬러 역할을 맡게 되더라구요. 제 얼굴만 보면 속에 있는 고민거리들을 끄집어내서라도 털어놓고 싶대요. 그게 가장 큰 장점 아닐까요."
외국계회사에 다니던 김수정(48) 팀장은 2002년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접하게 된 한 옥외광고가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광고를 보자, 직장 후배들이 줄곧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제게 뭐든 털어놓고 싶다고 한 게 생각나더라구요. 커플매니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일이거든요" 그는 커플매니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장점을 가진 덕에 지금은 국내 최대 결혼정보업체의 최다 성혼률을 기록한 커플매니저 달인에 올랐다. 지난 10년간 솔로 탈출을 성공시킨 회원이 총 1000여명이다. 한 해 100명이 짝을 찾은 것. 김 팀장은 마주한 사람 얼굴 옆에 스크린 화면이 떠 매칭이 될 만한 사람들의 얼굴이 돌림판으로 빠르게 돌아간다고 한다. 직업병이다.
커플매니저로서 가장 보람될 때는 당연히 커플이 성사될 때다. 특히 재수, 삼수를 하던 회원이 짝을 찾았을 때에는 자식이 대학에 합격한 것 마냥 기쁘다.
"한번은 고학력ㆍ고스펙에 경제력 여유도 있고 직업도 전문직인 남성 회원이 있었어요. 모든 게 완벽한데 딱 한 가지 빠지는 게 키가 165cm라는 거였어요. 번번이 키 때문에 실패하셨죠." 하지만 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열린다고 했던가. 세 번째 회원 재등록을 한 그에게 김 팀장은 꼭 짝을 찾아주겠노라 다짐했고, 마침내 같은 키의 여성을 만나 6개월 연애 끝에 결혼까지 골인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이분들과 연락하면서 지낼 정도로 각별하다"며 미소지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잘 나가는 커플매니저라고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바로 월요일. 회원들이 주말에 소개팅을 받기 때문에 데이트 이후의 결과를 알 수 있는 날이다. 이 때문에 커플매니저들에게 월요일이란 '시험 성적표를 받아보는 날'로 통한다.
"주말부터 걱정이 되죠. 데이트는 잘하고 계실까, 왜 이런 사람이랑 매칭해줬냐고 타박하지는 않을까. 월요일이면 결과 보고를 하려는 회원들의 전화로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립니다" 김 팀장은 "회원들의 평가에 따라 커플매니저들의 표정도 엇갈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커플매니저는 단순히 짝을 연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의 파트너'라고 설명하는 김 팀장 은 "솔로분들의 공통점은 마음 속에 '마이너스 체크 리스트'가 있다"고 설명한다. 상대방의 장점을 부각시켜 점수를 얹어주는 게 아니라, 단점만 보고 점수를 빼고 있다는 것. 저 사람은 말이 많아 1점 감점, 차가 없어 1점 감점, 못생겨서 1점 감점이라는 식이다.
그는 "지금처럼 계절이 바뀔 때나 연말이 다가올 때면 '내가 뭐가 문제예요?'라며 종종 회원 들이 억눌렀던 설움과 울음을 터트리곤 한다"며 "자신만의 체크 리스트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보면 개선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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