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결혼정보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극적인 공개구혼 공고가 물의를 빚고 있다. 업체 측에서는 공개구혼이 더 많은 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포장하지만 일부에서는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결혼정보업체 레드힐스는 신문 지면을 통해 공식적인 사과문을 게재했다. 지난달 27일 배포한 '1000억 재산 보유한 47세 남성 결혼 공고문'이 당사자 본인의 사전 허락없이 게재돼 물의를 일으켰다는 내용이다.
레드힐스는 사과문을 통해 "당사자 본인의 사전 확인 및 정보 보호 등의 조치를 충 분히 하지 않음으로써 당사자 의사에 부합하지 않는 부정확한 정보를 배포했다"며 " 부주의하고 경솔한 업무 처리로 인해 당사자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쳐 사과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공개 구혼남 프로필에 의하면 해당 남성은 1000억원대 자산가로 미국 최고 명문대학원을 졸업했고 부모는 모두 의사이며 현재 2조원 규모의 펀드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힐스는 많은 여성들의 지원을 바란다며 자료를 배포했지만, 바로 다음날 "기사를 내려달라"고 각 언론사에 요청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구혼남의 프로필이 지나치게 상세해 당사자가 곤경에 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내용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도록 확산되자 결국 공개 사과문까지 게재했다.
레드힐스 관계자는 "이번 공개 구혼 보도 자료로 물의를 일으켜 사과문을 게재하게 됐다"고 짧게 답변했다.
이 같은 공개구혼문은 천륜지대사인 '결혼'에 정작 사람이 빠지고 오직 재력만으로 상대방을 저울질하게 되는 풍토를 만들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업계 내 시선 또한 곱지 않다. 결혼정보업체 시장의 물을 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히려 회원들은 본인의 재산을 공개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일부 업체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이즈마케팅의 일환으로 재력가 공개구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이미지사업인 결혼정보업계 전체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0억원대 재산가, 연봉 1억 전문직 여성 등을 강조하면 결국 결혼정보업체가 '돈만 있으면 연결시켜 주는 곳'이라는 편향적인 시각을 낳을 수 있다"며 "결국 악순환이 되는 꼴이다. 국내 결혼중계업력이 20년가량 된 만큼 이제는 성숙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결혼중개업 관련 피해구제가 한 달에 약 10건씩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며 "허위 프로필 제공, 계약 해지 거부 비중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업체에서 제공하는 상대방 정보 역시 꼼꼼히 살펴봐야한다고 당부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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