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통의 살아있는 창(Live window)프로젝트에서 발견한 '창의성'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더 눈에 띄고, 더 자주 가고 싶은 매장을 만들 순 없을까?' 베네통의 설립자인 루치아노 베네통 회장의 질문에 파브리카는 아주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쇼윈도에서 옷과 마네킹을 없애고 '베네통의 살아있는 창(Benetton Live Windows)'을 설치한 것이다. 파브리카는 이 '살아있는 창'을 사람들과 '소통'하는 통로로 삼았다. 그러자 매장 앞을 스쳐지나가던 사람들이 쇼윈도 앞에 멈춰 서서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베네통 매장'에서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live windows' 프로젝트
'라이브 윈도' 프로젝트는 루치아노 베네통 회장의 불만에서 시작됐다. 베네통이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는 매장 수는 6000여개에 이르지만, 눈에 잘 띄질 않아 거리에서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파브리카에게 '매장을 좀 더 눈에 띄고,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의뢰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알피오 포조니(Alfio Pozzoni) 디렉터는 "파브리카가 베네통의 산하기관은 아니지만, 베네통에서 요청하는 의뢰를 받아 작업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파브리카에서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위해 '남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 시작은 쇼윈도에서 과감하게 옷과 마네킹을 없애는 것이었다. 옷을 파는 가게의 쇼윈도에서 옷과 마네킹을 아예 없앤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마네킹이 사라진 자리에는 다양한 콘텐츠를 다룰 수 있는 초대형 디스플레이 창이 들어섰다. 이 윈도에는 하루에도 1000번씩 반복되는 상업광고가 나오는 대신 화면 앞에 설치된 작은 카메라를 통해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을 담아낸다.
라이브 윈도는 단순히 '내가 쇼윈도의 화면에 나온다'는 사실로 관심을 끄는 것을 넘어서서 사람들이 참여하고 경험하도록 하는 '쌍방향 소통'을 추구한다. 사람들이 라이브 윈도에 참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윈도 앞에 달려 있는 카메라 앞에 서서 움직일 때마다 잔상효과처럼 빨강, 파랑, 노랑의 색깔이 움직임을 따라 화려한 영상을 만들어 낸다. 단순히 내 모습이 투영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의 움직임이 감각적인 영상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카메라 앞에 서서 달리는 시늉을 하면 화면에서 베네통의 옷을 착용한 모델이 같은 속도로 달리는 프로그램도 있다. 카메라를 통해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해 화면 속의 모델이 같은 동작과 속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베네통의 옷을 입고 있는 모델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언어가 필요 없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얼굴 부분이 비어있는 모델의 사진에 자신의 얼굴을 촬영해 합성하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사람들은 커다란 화면에 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캡처할 수도 있고, 자신의 카메라나 핸드폰으로 찍어서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다양한 네트워크로 대중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옷을 팔아야 하는 매장에 왜 이런 쇼윈도를 설치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즐겁고 신나는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고, 다른 이와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라이브 윈도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는 긍정적인 경험으로 기억된다. 이로써 자연스럽게 브랜드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멋진 옷을 걸어두는 방식으로 홍보하는 게 아니라 '너도 가서 한번 해봐'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알피오씨는 "마네킹에 옷을 입혀서 전시하는 시대가 가고 참여와 경험, 네트워크로 브랜드를 알리는 시대가 왔다"면서 "앞으로 매장 쇼윈도를 비롯한 매장 디자인의 패러다임 자체가 완전히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브 윈도 프로젝트는 디자인과 소통, 그리고 기술과 마케팅의 결합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비디오 메이킹, 편집, 애니메이션, 사진, 그래픽, 사운드 디자인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협동 작업을 벌였다.
현재 베네통의 '살아있는 창'은 밀라노, 뮌헨, 바르셀로나, 상하이, 모스크바 등 전 세계에 흩어진 14개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내년이면 대한민국 서울의 매장에 설치된 '라이브 윈도'를 보게 될 것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트레비조(이탈리아)=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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