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 사관학교' 설립
"고졸CEO 배출하겠다"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교장 선생님'
내년부터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에게 붙게 될 또 다른 직함이다.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중공업 사관학교'를 설립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우수 인재를 가르쳐 대학 졸업 사원에 못지않은 관리직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꿈을 실천하기까지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남 대표는 '사장님', '회장님'보다 '교장 선생님'으로 불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요즘 새 식구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창사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고졸 신입직원' 공채에 응시한 지원자만 3199명. 100명을 뽑을 계획인데 경쟁률이 무려 32대 1이나 된다. 회사도 반신반의 했는데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단다. 지난 9일 마감후 경남 거제도 옥포조선소 인사 담당자들은 신청자에 대한 서류심사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원서 마다 입사를 희망하는 이유가 명확하고, 꿈이 담겨 있어 어느 한명이라도 대충 넘길 수 없다보니 면접 대상은 인원(모집인원의 3~4배수)을 선발하기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란다.
출신학교를 봐도 놀라웠다.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 학생들이 10여명 지원했고, 일반계ㆍ실업계 고등학교 출신 중 내신이 1~2등급인 학생들도 500여명에 달했다.
합격자들이 훈련을 받게될 중공업 사관학교는 옥포조선소에 위치한다. 도시에서만 살던 어린 직원들이 남쪽 섬에서의 생활을 견딜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으나 전국 847개 인문계ㆍ실업계 고등학교에서 몰린 지원자중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출신 지원자 비중이 30%나 됐다. 그만큼 대우조선해양의 고졸 직원 공채에 대해 기대를 거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호응이 이렇게 높을 줄은 남 대표조차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그만큼 고교생중에는 학벌보다는 하고 싶은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남 대표도 임직원들에게 더욱 완벽하게 준비를 해 연말 대우조선해양의 제복을 입은 고졸 직원들이 당당하게 회사문을 들어올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서류전형을 통과한 학생들은 11월 중순 면접 및 인ㆍ적성 검사를 받게 되며 오는 12월 중순 최종 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당초 100여명으로 정했던 합격 인원도 필요에 따라 더 늘리기로 했다.
채용된 인재들은 내년부터 운영되는 4년간의 중공업 사관학교 과정을 통해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중공업 사관학교는 인문ㆍ사회과학ㆍ예체능과 같은 기본 교양부터 설계, 공학 등 전문 과정과 실무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중공업 사관학교 과정을 모두 마친 고졸 공채 사원은 같은 또래의 대학 졸업자들과 동등 이상의 대우를 받게 된다.
남 대표의 목표는 고졸 직원 모두가 낙오없이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 안에는 '최고경영자(CEO)'로 포함된다. 남 대표는 "고졸 인재들은 적어도 대우조선해양 내에서는 대졸 직원들에 비해 어떠한 기회의 차별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모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성장에 필요하다면 제가 가진 지식도 아낌없이 전수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이번 제도가 성공해 학벌 위주의 한국사회를 능력위주로 선진화 하는데 기여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