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아주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질문. “남자와 여자 사이에 우정이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즉각적이고도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나 이는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봤음직한 이야기다. 사실 이성 사이의 우정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둘의 감정이 ‘팽팽’한 채로 유지되어야 한다. 한 쪽의 균형이 깨지면 이내 애매한 사이로 돌입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더욱이 각자의 본능이 유발하는 ‘성’적 이슈는 남녀 사이의 우정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름 아닌 ‘사랑과 우정’ ‘친구와 연인’ 등 유행가들에서 백만 번쯤은 다뤄진 단골 레퍼토리다.
보이밴드 ‘엔 싱크(N Sync)’의 리더이자 ‘섹시백 Sexyback’이라는 걸출한 히트 넘버를 보유한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영화 ‘블랙 스완 Black Swan’에서 주연 나탈리 포트먼을 능가하는 매력을 선보인 ‘흑조’ 밀라 쿠니스 주연의 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 Friends With Bebefits’(10월 27일 개봉)은 ‘친구’에서 ‘연인’으로 가는 경계를 살짝 넘은 두 뉴요커 ‘딜런’(저스틴 팀버레이크 분)과 ‘제이미’(밀라 쿠니스 분)의 좌충우돌기다.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많이 쓰는 신조어로, 육체적 관계를 통해 ‘쾌락’ 혹은 ‘이익’을 탐하는 이성(혹은 동성) 친구를 의미하는 말이다. 2010년 재기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이지 A Easy A’로 주목 받은 신예 감독 윌 글럭은 빠른 내러티브와 속사포 같은 대사, 그리고 아이패드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최신 트렌드를 이야기 안에 효율적으로 녹여낸다.
물론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자신이 할리우드 산(産) 로맨틱 코미디임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여러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가 그랬듯 ‘프렌즈 위드 베네핏’은 ‘해피 엔딩’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충실히 달려가지만, 다소 진부한 소재에 동시대를 사는 20대 젊은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적재적소에 끼워넣으며 근사한 승부수를 띠운다. (딜런과 제이미는 아이패드 성경 ‘애플리케이션’에 손을 얹고 친구 계약을 맺는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밀란 쿠니스의 화학 반응은 실로 끝내준다. 이들은 코미디와 드라마, 거기에 근사하고 관능적인 ‘몸’ 연기까지 선보이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확실히 사로잡는다. 둘의 실제 사이가 의심스럽게 느껴질 정도니, 말 다 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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