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구제역 바이러스가 수그러든 지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1월 말 발생해 전국을 휩쓴 구제역은 지난 4월20일 경북 영천 돼지농장을 마지막으로 소강상태다. 백신의 힘을 빌려 바이러스를 억누르긴 했지만, 이 바이러스가 언제다시 고개를 들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구제역 예방'을 연일 강조하며, 예방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농림수산식품부에 설치된 '구제역 방역대책 상황실'을 방문해 방역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근무자들에게 예방대책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방역대책 상황실은 지난해 보다 한 달 앞선 이달 초부터 운영되고 있다.
다음날인 25일 오전엔 오정규 농식품부 2차관이 기자실을 찾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오 차관은 "여러 상황을 점검한 결과 구제역 바이러스가 국내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철저한 예방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언론도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이날 오후엔 경기도 화성의 젖소목장에서 구제역 상황을 가상한 방역훈련이 실시됐다. 이 훈련에서는 의심축 신고접수 이후 초동대응에서부터 통제초소와 거점 소독장소 설치운영, 살처분 등 최종처리까지 시나리오별 조치사항들이 실제 상황처럼 전개됐다.
농식품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8일엔 전국적인 구제역 발생상황을 가정해 전국 15개 시·도가 참여하는 도상훈련을 실시키로 했다.
정부가 이토록 구제역 예방에 힘을 쏟는 이유는 올 겨울 구제역이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최근 농식품부가 전국적인 모니터링 검사를 실시한 결과, 비구조단백질(NSP) 항체가 상당수 검출됐다. NSP 항체가 검출됐다는 것은 과거 특정 시점에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현재는 가축 몸안에 바이러스가 남아있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농장 내·외부와 자연환경에는 아직도 바이러스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백신 접종을 통한 항체 형성도 안심할 만한 수준은 못 된다. 정부가 7~9월 가축 1만7000마리를 접종했으나 항체 형성률이 소 98.7%, 돼지 70.2%에 그쳤다. 돼지의 30%는 구제역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또한 최근 농장에서 구제역 예방접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한동안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일선 농가의 방역의식이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판단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예방접종 미이행 농가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않아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에는 보상금도 최대 80%까지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말 발생한 구제역으로 소 15만 마리, 돼지 333만 마리, 염소와 사슴 1만 마리 등 총 350만 마리에 이르는 가축이 땅에 묻혔다. 직접적 경제 피해만 2조2000억원, 후속 환경피해까지 합치면 3조원에 달한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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