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24일 전 세계에 동시 발간된 고(故) 스티브 잡스의 전기 '스티브 잡스'(민음사)가 국내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스티브 잡스의 뒷 이야기도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전 편집장 월터 아이작슨이 2009년부터 잡스를 40여 차례 인터뷰한 내용에 100여 명사의 인터뷰를 덧붙인 '스티브 잡스'는 불꽃처럼 살다간 스티브 잡스의 56년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양부모는 1000% 부모님… 생부모는 정자와 난자은행"=스티브 잡스는 버림 받은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 폴 잡스와 클라라 잡스를 "1000% 제 부모님"이라고 말하면서, 생부모는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일 뿐이지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요"라고 밝혔다. 어릴 때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안 잡스는 옆집 여자아이에게서 "진짜 부모님은 널 원하지 않았던 거야?"라는 질문을 받았다. 실망한 잡스에게 그의 부모는 "그게 아니란다. 우리가 너를 특별히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다. 버림받은 게 아니라 특별한 아이로 선택 받았다는 격려였던 것. 잡스는 아버지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언급한다. 전기공학을 잡스에게 처음 가르쳐준 사람도,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소에 데려간 것도 그의 아버지 폴 잡스였다.
◆"마스크 디자인이 별로… 더 가져와 봐라"=애플의 창조적인 디자인이 디자인에 대한 잡스의 광적인 집착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일화도 '스티브 잡스'에 잘 담겨있다. 암 투병 중이던 잡스. 그는 의사가 자신의 얼굴에 산소마스크를 씌우자 이내 그것을 벗겨냈다. 이유는 마스크의 성능도, 마스크를 쓰기 싫어서도 아니었다. 마스크의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잡스는 의사에게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 마스크는 쓰기 싫다"며 "다섯개를 더 가져오면 내가 고르겠다"고 했다. 손가락에 끼운 산소모니터의 디자인을 두고도 "너무 볼품없고 복잡하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아이패드에 삼성전자 아닌 인텔 칩 들어갈 뻔=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패드에 삼성전자가 아닌 인텔이 만든 칩이 사용될 뻔했던 사연도 소개됐다. 매킨토시에 인텔 칩을 사용했던 잡스는 마찬가지로 아이패드에도 인텔 칩을 쓰고 싶어했다. 저전압 '아톰 칩'이 그것이다. 잡스의 고집을 꺾은 건 '아이팟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니 파델 부사장이었다. 그는 '고성능만을 위해서라면 인텔이 최고지만 칩에 프로세서만을 담기 때문에 다른 부품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논리로 잡스를 설득했고, 결국 잡스도 삼성전자가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만든 A4칩을 아이패드에 탑재키로 결정했다. 추가부품이 덜 들어가는 A4칩이 애플의 단순한 디자인과 구조에 더욱 적합했기 때문이다.
◆궤변과 독설, 오만의 아이콘=그 자신도 버려진 아이였던 잡스는 23살 때 동거녀 브레넌과의 사이에 낳은 아이를 버렸다. 이후 친자 확인 검사에서 94.41% 라는 수치가 공개된 후 잡스는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미국 남성의 28%가 리사(딸)의 아버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브레넌은 "내가 28%의 미국 남자와 잤다는 이야기냐?"라며 분노를 나타내기도 했다. 궤변과 독설, 오만의 아이콘이었지만 잡스는 마케팅 적인 측면에서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줬다. 애플의 새 제품을 '타임'에 노출하고 싶을 때 그는 아이작슨에게 전화해 친한 척 했으며, "전기를 쓴다면 나만큼 흥미로운 주제도 없다"는 말로 아이작슨에게 자신의 전기 집필을 부탁하기도 했다.
◆인생에서 사랑한 여자는 오직 두 명=스티브 잡스는 "내 인생에서 진심으로 사랑한 여자는 오직 두 명. 티나 레지와 로렌 파웰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스티브 잡스와 전설적인 포크 가수 존 바에즈와의 연애담은 유명하지만, 잡스는 "존 바에즈는 사랑한 줄 알았지만 그냥 무척 좋아한 것"이라는 말로 짧게 커멘트했다. 잡스가 생각하는 여자의 이상형은 다소 모순적이었다. 잡스의 여자가 되려면 똑똑하면서도 가식이 없고, 독립적이면서도 남자를 위해 양보하며, 털털하면서도 천사 같고, 팔다리가 긴 금발 미인이며 유기농 채식주의자여야 했다. 잡스가 1989년에 만난 7년 연하 대학원생 로렌 파웰이 바로 그런 여자였다.
태상준·김효진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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