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와 철수, 정치 클릭 방식이 달랐다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안철수와 스티브 잡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두 정보통신(IT) 기업인이 현실 정치를 바라보는 심정이 말이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정치에 관여했다. 24일 출간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의 전기 '스티브 잡스(민음사)'를 읽으면 현실 정치에 마주한 두 사람의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폴리페서(정치와 교수의 합성어)'라는 지적을 받아가며 '선거'라는 현실 정치에 공개적으로 적극 개입하고 있는 반면, 잡스는 정치인과 개별적이고 은밀한 만남을 통해 조언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스티브 잡스의 이런 태도는 그가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났던 일화에서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다. 당시 잡스는 사업가들과의 친화력을 좀 더 발휘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에 지장을 주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달라는 식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하고 '교육'했다.
특히 잡스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당신의 임기가 한 번으로 끝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기업들과 친화력을 잃고 규제를 앞세워 자꾸 개입하면 중임에 실패할 것이란 충고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다소 우경화된 정치적 입장을 내보이기도 했다. 교육에 관해서다. 잡스는 당시 오바마 대통령에게 "교사노조가 나쁜 교사들을 보호한다"며 학교 현장에서 노조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잡스는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안이 아닌, 인간적인 태도에 관해 대통령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주인공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사안은 '백악관 성추문'이었다.
1998년,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백악관 비서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이 터졌을 때 잡스에게 전화를 걸어 충고를 구했고, 잡스는 "만약 사실이라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잡스의 직언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신제품 설명회가 열릴 때까지 새로운 제품의 모든 것을 비밀에 부치고 죽는 날까지도 자신의 모든 일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잡스. 그가 기업인으로서 은밀한 만남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내용은 결국 '친기업과 규제완화'였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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