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없이 녹여먹는 천식약, 코에 뿌리는 플루 백신…먹기 편해져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친절한' 약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물 없이도 먹을 수 있는 필름형 약, 코에 뿌리는 인플루엔자 백신 등이 그 예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물 없이 녹여먹는 필름형 알레르기 비염 및 천식치료제 '몬테프리ODF'(Oral Thin film)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MSD '싱귤레어'의 제형을 알약에서 필름형태로 바꾼 제품이다.
스트립제제로 불리는 필름형 제형은 우표 한 장 크기의 필름 형태로 혀 위에 올려놓으면 수초 안에 녹아 흡수된다. 그만큼 어린아이나 고령 환자들이 물 없이도 보다 쉽게 먹을 수 있다. 비슷하게 녹여먹는 알약(ODㆍOral Disintegrating)형태 약물로, 한미약품의 '도네질'(치매약)ㆍ'포타스틴'(알레르기약), JW중외제약의 '중외 도네페질'(치매약), 바이엘헬스케어의 '레비트라ODT'(발기부전약) 등이 있다.
권세라 바이엘헬스케어 남성건강사업부 마케팅 총괄은 "발기부전환자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복용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한다"며 "ODT는 복용방법은 물론 심리적 불편함까지 개선하기 위해 개발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SK케미칼, 씨티씨바이오 등 두 곳이 필름형 발기부전약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또 아스트라제네카는 고혈압약 '아타칸'(16mg)의 크기를 지름 7mm(기존 약의 1/3)까지 줄여 다른 약과 함께 먹는 부담감을 덜어준다. 바이엘 헬스케어는 저용량인 '아스피린 프로텍트 캘린더팩'을 선보이고, 심혈관계 예방을 위해 하루 한 알 잊지 말고 먹자는 의미로 포장 겉면에 각각 요일을 써놓았다.
이 밖에 환자의 연령과 눈높이에 맞춘 약물도 있다. 천식약 '싱귤레어'(MSD)는 이유식에 타 먹이거나 씹어먹도록 나와 알약에 대한 영ㆍ유아를 거부감을 줄였다. 백신의 경우 주사바늘 길이를 1.5mm까지 줄인 독감백신 '아이디플루'(사노피 파스퇴르)와 코에 뿌리는 인플루엔자 백신 '플루미스트'(녹십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약의 효능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제형을 바꿔 복용 편의성을 높이고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면서 "이는 의약품의 개발 방향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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