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빈 이마트 전문프로, 20년간 테니스 라켓과 동고동락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취미로 시작했던 테니스가 직업이 됐고, 테니스병(兵)으로 전역한 이후 거의 20년을 라켓과 함께 살고 있어요."
김재빈 이마트 전문프로(41·사진)는 20년간 테니스 스트링(줄)만 교체해 온 스트링계의 '달인(達人)'이다. 김씨가 테니스와 인연을 맺은 것은 22년전 대학시절. 동아리에 들면서 테니스를 시작한 그는 테니스병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테니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전역 이후 그는 아르바이트로 테니스 레슨과 스트링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동시에 테니스가 취미에서 직업으로 변하게 됐다. 20여년간 그의 손을 거친 테니스 스트링은 어림잡아 1200km. 라켓 하나에 12m 정도의 스트링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10만개의 테니스 라켓을 손 본 셈이다.
시간과 숫자만으로도 '달인' 호칭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주변에서 그를 달인으로 평가하는 진짜 이유는 그에게서 묻어나는 '서비스 철학' 때문이다. 그에게 테니스 스트링은 단순히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다. 짧은 인생의 반을 넘게 같이한 테니스는 그의 삶과 같다.
손님을 대하는 자세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김 프로는 처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가장 먼저 '스윙'을 해보라고 요구한다. 스윙 각도와 스피드, 또 고객의 체형과 스탠스를 감안해 스트링의 종류와 텐션(팽팽함)을 결정하고 고객에게 제일 맞는 처방을 내리기 위한 '진맥' 과정이다. 고객에 맞는 라켓을 완성시키면 고객에 맞는 스윙자세와 전략도 전달해 준다. 약으로 치면 확실한 복용법까지 알려주는 것.
덕분에 김 프로를 한번 알게 된 고객은 반드시 다시 그를 찾는다. 테니스 스트링이 끊어지지 않아도 일부러 방문해 조언을 듣기도 하고, 매장에서 한참을 기다려 그를 만나고 가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김 프로의 정성이 고객 마음을 잡은 셈이다.
김 프로는 그 정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내공'을 기르고 있다. 그가 가진 이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 호주 등에서나 받을 수 있는 스트링어 자격증(Stringer License)을 갖고 있다. 주요 경기가 열리면 호주나 일본 등으로 출국해 현장에서 경기로 보기도 한다. 또 심판자격증도 취득해 심판으로도 활동한다.
김 프로는 "심판을 하면 선수와 경기 장면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했다"며 "코트에서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을 보면서 많은 현장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 얻는 생생한 정보가 없으면 유익한 정보를 고객에게 줄 수 없으니, 게을리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코트에 꾸준히 서는 것도 생생한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이 같은 김 프로의 노력은 이마트의 하드웨어가 더해지면서 날개를 달았다. 이마트는 최초로 대형 스포츠 매장을 열면서 김 프로를 스카우트했고, 동시에 2000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스트링 기계도 사들였다. 고객들의 감각을 테스트하기 위한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세미나나 대회에 참가하는 김 프로에게 아낌없는 연수비 지원도 있었다.
"서비스와 시스템은 대한민국 최고임을 자부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럴 것이다" 당당한 그의 말에 강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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