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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alks - 봉숭아 학당, 장 클로드 융커의 괴로움,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영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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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
1.
지난 주말의 유럽연합 재무장관 회담의 분위기는 어지간히 난감했던 모양이다.


영국의 텔레그라프지는 회담에 참석했던 한 재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여지껏 볼 수 없었던 암울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어느정도 유로존 부채 위기에 대한 가닥은 잡혔지만, 10시간이나 계속된 마라톤 회의는 참석자 모두에게 괴로운 시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화폐에는 액면밖에 없지만, 재무장관들은 성격이 있었던 모양이다.

외교적 언사와는 거리가 멀기로 소문난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회담 내내 “거봐 내가 뭐라고 그랬냐” (I told you so) 톤으로 다른 재무장관들을 질리게 만들었다.


쇼이블레 장관은 이미 작년 초에 그리스를 디폴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그랬으면 유로존의 피해는 지금의 절반에도 못 미쳤을 것이다).


다만 쇼이블레 장관이 워낙 노골적으로 ‘잘난 체’를 한 탓에, 한 참석자는 ‘눈 뜨고 못봐줄 지경’(unbearable)이라고 험담을 했다.


더구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극대화 방안을 놓고 온갖 ‘금융공학’이 다 동원됐기 때문에 재무장관들은 회의 자료로 올라온 보고서들을 이해하느라 머리를 쥐어뜯을 판국이었다.


오죽하면 영국의 오스본 재무장관이 “여기가 학술세미나장이냐”면서 “이럴거면 하지 말자”고 성질을 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하긴 재무장관이라고 해서 90년대 중반이후 고작 10여년만에 세상을 지배해버린 ‘공학’을 잘 이해하리라는 법은 없다.


회담은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운 것이었지만, 10시간쯤 한 장소에 가둬놓으면 결론은 나기 마련이다.


어차피 회담 전에 원칙은 정해져 있기는 했다.


재무장관 회담 바로 전날,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과 독일의 메르켈 총리, 그리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3자 영상 회담을 갖고 사전 조율을 했다.


그래서 ‘큰 거 한 방’(big bang)에 대해 ‘꿈 깨라’고 쏘아붙였던 메르켈 총리가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고 적극적이 되었고 사르코지는 ‘확실한’(definitive) 해법을 확신한다고 했다.


다만, 이 ‘확실한’ 해결책이 정말로 ‘학실하게’ 유로존 부채 위기를 해결할 거라고 보기는 힘들다.


지금까지 외신에 보도된 어떤 옵션들도 미봉책이거나 지연책에 불과하다.


아마 이번 해결책도 수명이 3개월을 넘기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2.
어찌됐거나 이번 회담에서 가장 괴로웠던 사람은 유럽재무장관 회담의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수상이었다.


오죽하면 회담 중간에 기자들이 모여있는 라운지에 내려와서 “잠깐 휴식이 필요하다”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덧붙이자면, 그 라운지는 호텔 흡연실이었다.


이번 회담을 주재한 반 롬푸이 유럽의회 의장이 회담장 내 금연령을 내렸던 것이다.


융커 수상은 담배 한 대 피우고는 다시 회담장으로 올라갔다.


10시간의 회담 도중 몇 번이나 내려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3.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던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세 번째 양적완화(QE3)가 드디어 초읽기에 들어간 듯 보인다.


옐렌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가 “부동산담보 대출 증권(MBS)을 연준이 매입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진다면"이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외교적 수사에 가깝다.


지난 2009년 연준이 MBS를 매입하기 시작한 이래, 사실상 MBS의 거래자는 연준 이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모기지 뱅커는 “연준이 시장이다(Fed is market)”라고까지 말했다.


지금도 MBS 차환을 계속하고 있는 연준이 손을 놓는다면, 미국 부동산 시장은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다.


더구나 옐렌 총재는 지난 9월의 공개시장위원회 전에 버냉키 총재의 지시로 사전 정책 조율을 위해 구성된 3인 위원회(에반스 시카고 연준 총재, 핏셔 애틀란타 총재)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자산매입 방식의 추가적 양적 완화는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시기상으로 11월 공개시장위원회는 좀 애매한 측면이 있다.


시장에서 예측했던 것 만큼 경제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월가의 주요 금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3/4분기 미국 GDP 성장률을 2.7%로 상향조정했고, 클리블랜드 연준의 보고서도 3/4분기 성장률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카고 연준의 제조업지수는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필라델피아 지수도 지난 9월 월별 대비로는 사상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런던 금융시장의 한 트레이더의 주장으로는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골드만삭스의 자산관리 책임자인 짐 오닐도 “미국 경기가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주택경기는 아직도 바닥을 찾지 못하고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택 매매는 여전히 부진하고, 고실업률과 소득 감소에 따른 모기지 연체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국의 최대 모기지 보험업체는 지난 3/4분기에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미국의 주택 가격이 20%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얼마전의 관련 은행가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2020년이나 되어야 미국의 주택시장이 정상을 되찾을 거라고 응답했다.


지난주 목요일의 버냉키 총재와 미국 상원 재무위와의 회담에서는 주택 경기 부양책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었고, 백악관은 모기지 리파이낸싱을 골자로 한 주택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따라서 경기 하강 여부와 무관하게 MBS 매입을 위한 양적완화 정책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상하원 합동특위가 11월 23일까지 계획안에 합의해야 하는 등 정치적 일정이 겹쳐있어서 11월중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양적완화가 ‘결정적’이기에는 아직 변수가 남아있다.


11월이 아니라면 내년 1월 회의에서는 확실할 것이다.


실상 더욱 주목해서 보아야 할 것은 연준의 자산매입이 아니라, 에반스 총재 등이 주장한 것처럼 연준이 경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할 때까지 계속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취할 것인가에 있다.


연준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실업률 7.5%, 인플레이션 3%라는 수치를 정하고 이 수치에 도달할 때까지 연준이 계속 시중에 자금을 공급한다면, '고작' 몇천억 달러 규모가 될 MBS 매입은 뉴스거리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수단까지 동원한다면, 연준은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다 소진하는 셈이 된다.


또 인플레이션이 폭등하는 경우 이를 되돌리는데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비판자들은 경고한다.


어찌됐든 QE3 냄새 만으로도 금융시장은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주말 달러화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미 사전에 눈치를 챘는지 헷지펀드들이 지난 2009년 이후 최대의 원자재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보도도 지난주 중반 나왔다.


여기에 미국의 주요 지수들의 내부 항목들이 여전히 인플레이션 압력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어 QE3가 시행되고, 유럽까지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는다면 달러 약세는 급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돈을 찍어서 찢어진 버블 문제를 해결한다는 버냉키의 미신은 이번에도 다시 한번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하긴 그 맛에 은행가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4.
고개를 한번 안으로 돌려보자.


연준이 돈을 찍으면 첫 번째 반응은 일본의 외환시장에서 나타난다.


일본의 엔고와 디플레이션은 미국이 유동성을 늘리는 한(달러화 공급을 늘리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흔히 말하는 ‘일본의 유동성 함정’은 일본 국내의 경제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외부적 힘에 의해서 강제된 결과이다.


엔고로 인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주요한 수출 경쟁국인 한국의 원화가 같이 절상되어준다면 그처럼 고마운 일도 없을 것이다.


이것이 며칠전 이뤄진 한일간의 통화 스왑의 핵심이다.


미국의 달러화 공급은 장기적으로 줄어들지 않을 테고, 일본의 엔화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간접적으로나마 막는 길은 한국 원화의 동반 절상이다.


한국으로서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외환 구조에 완충재를 둔다는 의미가 있겠지만, 어차피 추가적인 통화스왑 정책 없이도 원화에 대한 해외 수요는 늘어날 것이고 그 결과로 원화 절상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 큰 문제는 통화 정책에 대한 독립성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세계 모든 국가가 환율 조작을 하는 판국에 자율적으로 환율을 결정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시장에 인식시키는 것이 국내의 경제상황에 맞게 통화정책을 가져갈 수 있는 핵심이다.


그러나 이번 일본과의 대규모 통화 스왑 계약으로 한국의 통화 정책 결정에 일본이 개입할 여지를 크게 높였다.


이게 긍정적인 일인가는 진지하게 토론되어야 할 일이다. 아니 이 토론이 끝난 뒤 통화 스왑 계약을 맺었어야 옳았을 것이다.


업적이라고 자랑하기 전에, 내부의 동의부터 구하는 법은 언제 깨달을까?


추천하자면, 인터넷에 ‘민주주의’에 대한 3줄짜리 요약은 널려있다.




이공순 기자 cpe101@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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