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신고 발 긁는 유럽 정상회담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유럽 사태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유로존 부채 위기를 담판지을 유럽연합 정상회담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으나 유럽 국가들 사이에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른바 ‘그랜드 플랜’(포괄적 해결방안)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안젤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결정적이고 포괄적인 해법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밝혔다고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국가 부채는 수십년에 걸쳐 누적된 것이며, 따라서 단 한번의 정상회담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이는 어렵고, 장기간의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메르켈 총리는 “유럽 연합 정상회담이 중요한 단계이기는 하지만, 추가적인 단계들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적합한 중요한 결정들이 나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집권 여당인 메르켈 총리의 기독교민주동맹의 한 소식통은 “메르켈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리스에 대한 ‘실행 계획’(work plan)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실행 계획은 미국과 영국 등이 요구해온 포괄적인 해법(그랜드 플랜)이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레버리지(신용차입)안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유럽 국가들이 유로존 부채 위기에 대한 해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영국의 <가디언>지는 유럽연합 외교관의 말을 인용, “독일과 프랑스가 ‘포괄적 해결방안’의 일환으로 EFSF를 2조 유로 규모로 확대시키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같은 합의는 은행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과 남유럽 국가에 대한 구제금융 때문에 프랑스가 최상위 신용등급(AAA)를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며 “이번 주말 독-불 정상들은 시장 불확실성을 진정시킬 방안에 합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곧 이어 다우존스 와이어는 “프랑스의 소식통은 EFSF를 2조 유로 규모로 확대시키는 방안에 합의했다는 가디언의 보도는 ‘완전히 틀린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또 이번 주말까지는 EFSF의 활용 방안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없을 것이며 , 2조 유로라는 수치는 ‘단순한 것’이라고 이 소식통이 말한 것으로 전했다.
유럽 각국 정부들이 해법 마련에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스페인에 대한 신용등급을 두 단계 하향, A-1으로 조정하고, 이탈리아계 은행 등 유럽의 24개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신용등급 공포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앞서 무디스는 17일 프랑스에 대한 등급 전망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프랑크푸르트상품시장에서는 독일 국채 5년물과 프랑스 국채 5년물의 스프레드는 113bps(1%=100bps)까지 벌어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EFSF의 유력한 활용 방안으로 거론되어 오던 보험 예치금 방식이 유럽 부채 위기를 진정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 이번 주말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해법이 미온적일 경우, 유로존 부채 위기는 만성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영국 중앙은행 통화위원회의 전 위원이자 런던경제대학 산하 유럽연구소의 윌렘 뷰이터 소장은 자신의 웹사이트 올린 글에서 “보험 예치금 방식으로는 2012년 말까지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서 이 방식은 ‘빅 바주카’(큰 한방)가 되기 보다는 ‘새총’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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