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STX그룹주가 재정 악화 루머로 21일 급락 마감했다. 회사 측은 '급락 사유가 될 만한 특별한 상황이 없다'고 루머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STX엔진은 전날보다 2300원(11.11%) 급락한 1만8400원, STX팬오션은 760원(10.27%) 밀린 6640원에 거래를 끝냈다. STX는 700원(5.07%) 하락한 1만3100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STX메탈과 STX조선해양도 각각 6%, 5%대 하락세를 기록했다. STX와 STX조선해양의 경우 이날 52주 최저가 경신하기도 했다.
장 시작과 동시에 STX그룹의 계열회사들이 채권발행에 실패하고 산업은행의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있다는 루머가 시장에 퍼진 것이 급락의 원인이 됐다. 회사가 일부 증권사 관계자들과 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논의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확산됐다.
기관들까지 매도세에 나서면서 급락을 부추겼다.
이날 기관은 STX팬오션을 417만2300주(약 275억3100만원), STX엔진을 131만1700주(약 241억6000만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STX조선해양도 79만600주(108억7300만원)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STX그룹측은 이날 오전 "주가가 급락할 수준의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것은 없다"면서 "다소 근거없는 루머로 파악된다"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계열사의 채권 발행이나 BW 태핑은 일상적인 자산확보 차원의 경영활동"이라면서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수준 이상, 이하도 아닌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확산되고 있는 루머 내용을 직접 봤지만, 해당 루머에도 어떤 계열사가 어떤 식으로 재정위기 상황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고 지적했다.
증권가 관계자들은 그룹의 재정위기 설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도 일부 계열사의 낙폭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룹의 재정위기설은 장기간 제기돼 왔던 상황"이라면서도 "그룹의 위기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STX팬오션 등 계열사들은 자체적인 경영활동의 여력과 성장성을 갖춘 회사로 판단되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현재 급락 수준은 과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 STX그룹의 위기설은 항상 실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산돼왔다"면서 "내부 펀더멘탈과는 별개로 조심스런 접근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