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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유럽발 위기, 금융 역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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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유럽발 위기, 금융 역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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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유럽발이다. 이번에는 진짜 다르다고 한다. 리먼 사태 이후 세계경제 리더십은 미봉책으로 일관해왔다. 비관론자들은 계속 경종을 울려댔다. "더블딥(이중 침체)의 깊은 수렁이 엄습해오고 있다"고.


정말 그럴까. 세계경제의 한 축을 이루는 미국의 과소비 구조와 적자유발 행태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 그렇다고 일본과 중국이 그 틈을 메울 것 같지도 않다. 급격한 엔고를 허용했던 플라자협정 이후 일본은 버블까지 터지며 활력을 잃고 말았다. 그 충격을 목격한 중국은 위안화 절상 압력에 아주 강경하다.

중국이 소비라도 마구 해주면 좋으련만 돈을 쓸 처지가 아니다. 국가의 사회보장이 미진하다 보니 개개인이 저축으로 불확실한 장래 준비에 내몰리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의 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에 투자되어 있는 만큼 달러화도 떨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면 자산가치가 그냥 날아가 버린다. 가난한 중국이 부자 미국으로 자본을 퍼 나르는 꼴이다. 경제학 교과서가 맞는다면 뭔가 잘못된 구조다. 이래서 아시아의 축도 온전치 않다.


유럽은 어떤가. 달러와 위안화의 한계를 깨닫고 오랜 준비를 해왔다. 양쪽 축에 밀리지 않으려고 단단한 시장통합을 추진해왔다. 유로라는 단일통화 사용에 유럽중앙은행까지 세웠다. 각 회원국은 인플레와 재정적자가 일정 범위를 넘지 않도록 조심하면 된다. 이론상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수준 높은 정치통합이 보장되지 않는 한 경제통합은 결정적 순간에 그 취약점이 드러난다. 유럽은 주변국가 그리스의 디폴트라는 경제적 시험이 아니라 실은 주요국의 정치적 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어두운 전망은 정리하면 이렇다. 3년 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독성 있는 파생상품이 어디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몰라서 일어난 공포의 성격이 강했다. 돈을 풀고 금리를 강제로 낮추는 선진국들의 공조를 통해서 불안을 다스렸다. 금리도 바닥이고 재정적자 부담이 한계에 이른 이상 지금은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유럽의 두 축은 현실이 난감하다.


혹시 브릭스(BRICs)에 여력이 있지 않을까. 중국은 국부펀드를 통해서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릴 뿐, 일자리 부족이 정치적 폭동으로 이어질까봐 자국의 성장속도 유지에만 노심초사다. 러시아의 푸틴이 다시 권좌에 올라서면 국제무대에서의 소외감을 보상받기 위해 세계경제 공조보다 정치적 자원외교에 치중할 것이다. 브라질과 인도는 기초체력이 아직 멀었다.


힘들면 현실은 최악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역사의 눈으로 보면 아마 세계경제는 불필요한 과정이 아니라 분담이라는 당연한 재조정의 과정을 거치는 중인지도 모른다.


한 세기를 지탱해온 미국의 주춧돌 역할은 한계에 달했다. 누군가 분담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유럽이나 중국이 충분치 않다. 아마도 십수년간 세 개의 축 간에 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새 균형점을 찾기까지 마찰적 쇼크가 빈번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일종의 성장통이다.


여기서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쇼크의 체감적 진폭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물경제와 괴리된 수익률 추구, 해독마저 어려운 파생프로그램의 터보 장착, 규제되지 않은 리스크, 무분별한 양적 경쟁은 충격을 키운다. 변동성 증가는 속성상 금융에겐 이익의 기회일지 모르나 실물경제에는 불확실성과 무질서의 증가로 엔트로피를 키운다. 자연과학이 말하는 엔트로피 증가의 정점은 노화와 죽음이다. 최근 월가의 점거사태는 탐욕과 엔트로피를 키우는 금융에 분명하게 경고를 던지고 있다.


이성규 연합자산관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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