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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아름다운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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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아름다운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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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작은 식당에 갔다가 손님들 눈에 잘 띄는 계산대 옆에 사과문이 커다랗게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커다란 종이에 손수 매직으로 쓴 그 사과문의 주된 내용은 '손님이 주문한 요리에 주방장의 실수로 다른 음식 메뉴의 재료가 섞여 들어가 죄송하다. 다음부터는 주의해 손님들께 불편을 끼쳐드리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해당 손님에게 '죄송합니다, 다시 만들어 올리겠습니다'라고 하면 다 해결될 문제일 수도 있는데 어째서 사과문까지 게시했을까. 아무리 까다로운 손님이라도 그런 일로 사과문을 붙이라고까지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결국 나는 그 식당 주인과 종업원들의 손님에 대한 예의, 영업 원칙, 신뢰를 중시하는 고객 중심의 운영 방식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사과문이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름답고 투명한 고객중심 운영을 실천하는 그들의 결의로 읽혔고, 큰 믿음과 함께 감동을 느꼈다.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즉시 시인하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용서를 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사과는 흔치 않다. 유명 인사들이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처음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사실이 하나둘 밝혀지면 고의가 아니라거나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고 사건을 축소하기 바쁘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로 귀결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탈해 우리 민족에게 수많은 고통을 안겼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사과한 일이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식당 주인이 계산대 옆에 내건 사과문이 더 남다르게 느껴진다.


규모가 크든 작든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가장 큰 자산은 믿음, 즉 신뢰다. 식당에서 맛, 서비스, 청결 등은 기본이고 결국 손님들에게 신뢰를 얻는 일이야말로 성공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블로그를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환경에서 신뢰는 반드시 지켜야 함은 물론이고, 새로운 신뢰를 만들고 쌓아나가는 것까지 요구하는 시대가 된 듯하다.

농수산홈쇼핑도 전 국민을 고객으로 하는 방송ㆍ온라인 유통 기업이기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다양하고 수많은 문의가 들어온다. 여러 문의 가운데에는 불만 사례도 없지 않다. 이에 농수산홈쇼핑은 '고객의 신뢰와 사랑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경영 방침을 세우고 '고객은 무조건 옳다'는 믿음으로 다소 무리한 요구라 하더라도 최대한 들어주도록 방침을 정했다. 뿐만 아니라 일정 한도 내에서는 전화를 받은 직원이 고객의 불만 사항을 모두 해결해주는 '원 스톱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고객 한 명을 얻으려면 10달러의 비용이 들고, 한 명을 잃어버리는 데에는 10초의 시간이 걸리며, 잃어버린 고객을 다시 데려오는 데에는 1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소비자 고객이 얼마나 지혜롭고, 까다롭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문구다.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모두 잃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고객의 신뢰를 잃은 기업이나 개인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다시 찾은 그 식당에 사과문은 떼어지고 없었다. 조금 이른 점심시간이었지만 식당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식당 주인이 보인 예의와 신뢰에 손님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것이다. 신뢰의 대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위력적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도상철 농수산홈쇼핑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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