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계열사끼리 서로 팔고 사주는 내부거래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43개 그룹의 내부거래가 전체 매출 1201조원의 12%인 144조원에 이른다. 상위 10대 그룹의 경우 수출액을 제외하면 내부거래 비중이 28%로 높아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공시와 공정위 제출 자료를 분석해 처음 발표한 자료다.
그동안 중소기업계와 시민단체들이 지적해 온 재벌기업의 내부거래 실상이 드러났다. 재벌 2ㆍ3세가 대주주이거나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로 세금 없이 부를 대물림하고,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회사까지 만들어 중소기업을 고사시킨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정위가 행동에 나선 것이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고 규모가 작은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특히 높다는 사실은 문제의 일감 몰아주기 개연성을 높인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총수일가 3명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광고회사 이노션의 경우 지난해 매출의 48%가 내부거래였다. 총수일가 지분이 46%인 삼성에버랜드 또한 41%가 내부거래로 나타났다. 상장기업이지만 총수일가 지분이 55%인 SK C&C도 64%가 내부거래였다.
물론 재벌기업의 내부거래 전체를 불공정행위로 볼 수는 없다. 공동 연구와 비용 절감, 수직계열화에 따른 거래 등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 체제에서 득보다 해악이 많은 게 사실이다. 무분별한 내부거래는 건전한 경쟁질서를 저해하는 한편 관련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가져온다.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사회에도 배치된다.
국회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세법개정안에 들어가 있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안을 제대로 법제화해야 한다. 정부는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넘는 계열사의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게 증여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시행 첫해 증여세는 1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재벌 계열사의 공시자료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내부거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근본 대책도 마련하기 어렵다. 실효성 있는 추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공정위는 현장조사를 통해 악의적 부당거래를 제재하길 바란다. 내부거래가 몰려 있는 시스템통합(SI)ㆍ물류ㆍ부동산ㆍ도매ㆍ광고 등 특정 업종과 소규모 비상장사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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