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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모관, 경락·경혈 氣의 실체 조직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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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집이 몸에 좋다, 속설이냐 과학이냐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신의'로 불렸던 명의 화타. 서기 2~3세기 중국 후한시대에 실존했던 화타는 한의학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그가 남긴 전설의 놀라운 면모는 서양의학보다 앞서 있는 과학성이다. 화타는 외과수술에도 뛰어났고, 그가 수술 중 통증을 줄이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마취산'은 세계 최초의 마취제다. 당시 광릉 태수였던 진등이 소화불량을 호소하자 화타는 '날것을 먹어 생긴 병'이라며 기생충약을 처방해주었다고 한다. 날것을 먹으면 기생충에 감염될 수 있다는 현대적 의학 상식을 발견할 수 있는 얘기다. 현대에 이르러 한의학의 과학성은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형체가 없는 '기'로 통용됐던 한의학의 원리를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봉한관(프리모관)'이다.


먼저 봉한관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봉한관'은 1960년대까지 활발하게 활동한 북한의 생리학자 김봉한 교수가 주창한 봉한학설 중 경락의 실제로 지목된 생체 조직이다.

한의학에서 경락은 '경맥'과 '락맥'을 합친 말로 인체 내부를 연결하는 통로를 가리킨다. 한의학의 대표적 치료법 중 하나인 침술도 경락에 바탕을 두고 있다. 경락이 지나는 지점 중 '기운이 밖으로 드러나는' 특정 지점인 경혈에 침이나 뜸을 놓아 신체 내부 기관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원리다. 허리가 아파서 한의원을 찾아갔을 때 허리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침을 놓는 것은 경헐을 자극해 경락의 '흐름'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양의학의 눈으로 볼 때 경락은 터무니없는 얘기다. 서구권에서 침술이 의학의 테두리를 벗어난 '대체의학'으로 치부되는 이유다. 침의 효과는 전세계 78개국에서 시술되고 있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지만 경락과 경혈의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피부에 놓은 침이 몸 속 장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원리는 과학계와 의학계의 오랜 논증감이었다.

이 때문에 서양의학의 원리로 경락의 존재를 입증하고자 하는 시도가 뒤따랐다. 김봉한 교수는 인간의 몸 속에 혈관계와 림프계에 이어 제3의 순환계가 존재하고, 세포보다 더 작은 '산알'이 조직의 재생에 관여한다고 주장, 이와 관련해 1963년 '경락계통에 관하여', 1965년 '경락체계'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경락과 경혈이 피부뿐만 아니라 몸 속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또한 그는 경락경혈의 실체를 찾던 중 일종의 푸른색 염색약으로 경혈점이 염색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장은 세계적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나 김 교수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진위가 의심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김 교수가 실종되고 북한에서 봉한학설을 폐기하면서 결국 이론 자체가 사장됐다.


봉한관의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은 우리나라다. 1994년부터 국내에서 봉한관에 대한 연구가 재개돼 봉한관 감별법과 채취방법 등이 국내 학술지에 발표됐고 해외에서도 관심이 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봉한관이라는 이름도 '중심(primo)'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아인 '프리모관'으로 바꿔 본격적 연구를 이어어고 있다.


2008년에는 국내 연구진이 나노형광입자로 프리모관을 염색하는 데 성공하면서 연구가 가속화됐다. 2008년 소광섭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팀이 '트라이판 블루'로 프리모관을 염색, 가늘고 투명한 프리모관을 찾아낸 것이다.

프리모관, 경락·경혈 氣의 실체 조직이라는데 소 교수 연구팀이 암 조직 주변에서 발견했다는 프리모관. 푸른색으로 염색된 선이 프리모관이다. 국내 연구진이 프리모관의 존재를 입증해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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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는 암조직 주변에서 경락과 프리모관 조직이 발달한다는 것을 발견, 프리모관과 암전이의 관련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소 교수 연구팀은 "프리모관은 암 전이의 새로운 경로일 수 있다"며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암 전이가 림프 뿐만 아니라 프리모관을 통해서도 일어난다는 것이 관찰되었다"고 밝혔다. 만약 프리모관이 암 전이와 직접적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 실제로 입증된다면 세계 의학계는 '대변혁'을 맞게 된다. 의학 교과서의 기본 개념은 물론이고 치료법까지 다 바뀌어야 한다. 프리모관에 약을 주사하면 암 조직으로만 약물을 전달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약효도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소 교수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산알의 존재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줄기세포의 일종이거나 '가장 강력한 원천'으로 각종 줄기세포의 유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증명이 되려면 멀었지만, 연구팀에서는 산알이 미국의 저명 줄기세포 연구자인 마리아수 라타작 교수가 발견한 '작은 배아 같은 줄기세포(Very small embryonic-like stem cell)'과 동일하거나 변형된 형태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프리모관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한의학연구원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소 교수팀은 뇌와 척수에서의 프리모 시스템 관찰법에 관한 최근 연구동향을 발표했고 국립암센터 권병세 박사가 쥐의 간에서 발견되는 프리모 시스템 연구를 선보이는 등 7개팀이 연구성과를 내놓았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인체의 태반과 탯줄에서 프리모관을 찾아내겠다는 연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만약 프리모관의 존재가 완벽히 입증된다면 단전호흡이나 요가 등의 과학적 기전도 설명될 수 있다. '기'의 실체가 밝혀져 산업의 흐름 자체가 변할 수 있는 셈이다. '기'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 주는 색의 옷을 입거나, 황토집이 건강에 좋다는 '속설'도 증명될 것이다. 서구의학에 프리모관을 접목시켜 비약적 의학발전을 이끌어내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만큼 흥미롭고 상식에 도전하는 연구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연구가 초기 단계인 데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는 기존 학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 연구 관계자는 "현대의학 역시 우리 몸의 기능을 전부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며 "프리모관이 무엇이며 역할은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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