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흐름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세계 자동차 업계는 선진국 시장의 수요 정체와 신흥시장의 급속한 성장이라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최근의 잇단 기술적 진보와 부품 생산 일관화 과정의 변화 등 내부적으로도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유럽 최대의 컨설팅 업체인 롤랜드버거의 일본 자동차 산업 담당 파트너 로 지난 15년 동안 일본 자동차 업계를 컨설팅해 온 사토시 나가시마 박사를 만나 최근 자동차 업계의 현황을 들어보았다.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공급 과잉이라는 견해가 있다.
= 자동차 시장의 전망은 밝다. 공급 과잉은 선진국 시장에만 해당되는 얘기이고, 신흥시장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수요를 못맞추고 있는 정도다.
그리고 선진시장에서 생산 과잉도 그 배경을 보면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선진국의 생산비용이 높기 때문에 신흥국가의 업체들의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또 선진국 업체들의 기술 이전으로 신흥시장의 경쟁력이 높아진 탓도 있다.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이 후발 주자들에게 추월당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 이런 조건에서도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이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고급승용차(high-end)나 신기술 적용 자동차(hybrid)등의 생산에는 여전히 앞서가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이 급속하게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진국의 생산기지 전체가 중국으로 옮겨가지는 않는다. 적어도 2020년까지는 선진국에서의 자동차 생산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공장 가동률이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또 만일 선진국에서 지금 수준으로 생산을 유지하려면, 생산 대비 자금 회수 기간이 짧은 차종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이다.
또 부품 관련 업종에서도 전동계통이나 시스템 관련 및 전자제어 계통등은 향후에도 선진국 생산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단순 부품 및 기계적 조립부품들(mechanical parts)은 신흥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흐름을 간략히 소개해 달라. 기술 발전 및 부품 일관화 등 커다란 변화가 진행 중이지 않은가?
= 현재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두가지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하나는 폭스바겐으로 대표되는 module 전략이다. 이는 자동차 건축(vehicle architecture)전략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해서 자동차 부품을 레고 블록 처럼 간주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품의 안정성과 정확성이 가장 중요하고 보쉬나 마그나 같은 세계적인 부품회사(Tier I이라고 부른다)와 자동차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동 작업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자동차 성능에 있어서 어떤 특정한 느낌이나 운행 능력 등을 만들어내려면 어떤 부품 모듈을 어디에 위치시키고 어떤 소재로 만들지 부품 회사들과 미리 합의하여 생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부품회사에서 생산하든 그 부품은 동일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같은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가?
= 고급차 생산업체나 대량생산 방식에 적합한 방식이다.
또 동일한 차종이라고 할지라도 각기 판매지역에 따라 약간씩 다른 성능과 차별화된 가격의 부품을 사용하여 판매가격을 달리할 수 있다.
차종은 동일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 부품 등급을 송(松) 죽(竹) 매(梅)라고 순위대로 부른다.
예컨대 선진국에 판매되는 폭스바겐의 ‘골프’는 송급의 부품을 쓴다. 그러나 브라질 시장에서 판매되는 골프는 梅 등급이다.
유럽의 대부분의 자동차 업체들도 폭스바겐 방식을 모방, 적용하고 있다. 이 방식은 50만대 이상의 대량 생산일 때 보다 효율적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독일 수입차들은 어떤 등급의 부품을 쓰는가?
=아마 죽 (竹)일 것이다. 웃음.
▲또 다른 방식은 무엇인가?
= 다른 하나는 이른바 일본식 생산방법, ‘계열화’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이는 부품 업체들과 수직 계열화를 이루어 생산 공정과 부품 생산에서 문제점을 함께 공유한다. 이는 대량생산이 아니더라도 기능발휘를 할 수 있는 최적인 비용 효과를 가진다.
▲일본식 생산방식은 일본의 고유한 사회 시스템과 공장 문화에서 출발한 것으로 현지화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 그렇지 않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과 멕시코 등지에서 놀랄 만큼의 현지화를 이루어냈다. 단지 처음에 도입될 때 다소 시간이 걸릴 뿐이다.
오히려 현지에서 이처럼 노동자들을 교육시켜 놓으면, 한국의 기업(현대/기아차)들이 스카웃해가서 고생을 하고 있다.
▲어떤 생산방식이 최종 승자로 남을 것이라고 보는가?
= 어려운 질문이다. 아마 양자가 병행해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차에 대해서 평해달라
= 현대차는 일본 자동차 업체에게 막강한 경쟁 상대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본식 생산 방식보다는 폭스바겐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현대차는 아직 생산의 규모가 안되기 때문에 현대차는 검증된 차량을 최대한 저렴한 부품으로 싸게 생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말하자면 신흥시장에 어울리는 제3의 방식인 셈이다.
사토시 나가시마 박사는 롤랜드버거 일본 법인 소속으로 자동차 산업 컨설팅 분야를 이끌고 있으며, 일본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의 R&D, 생산 기술 개발, 조직 리스트럭쳐링 및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롤랜드 버거에 합류하기 전에는 와세다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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