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맞벌이 주부 김모씨(35세)는 매년 하던 김장김치를 올해는 담그지 않기로 결심했다. 시간과 여력이 부족해 부담됐던 터에 물가까지 급등해 포기하기로 한 것. 같은 아파트 단지 젊은 주부들도 절반은 김치를 사먹겠다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식구도 적어 수요도 많은 않아 그때 그때 사먹는 것이 비용과 수고를 더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장김치를 담그는 가정이 줄고 있다. 온가족이 모여 연례행사로 치루던 김치가 소가구 가정과 맞벌이 주부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가부담이 김장 포기의 주요인으로 떠올랐다. 지난 해 배추값 폭등에 이어 올해는 양념값 급등이 주부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14일 농협유통공사에 따르면 14일 기준 고추가루 1kg(봉지ㆍ고창산)의 가격은 5만8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3만2000원에 비해 무려 2만6000원(81%)이 올랐다. 7~8월 긴 장마로 인해 건고추의 원료인 홍고추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10% 이상 감소했기 때문.
김장김치의 주재료인 젓갈과 소금가격도 뛰었다. 해안 천일염 생산이 감소함에 따라 가격이 전년대비 42.9%가량 올랐으며 마트에서 판매하는 백설꽃소금(1Kg)의 경우 지난해 600원~1020원 사이에 형성됐지만 현재는 990원~1460원으로 30%이상 올랐다. 소금가격 상승에 젓갈류도 올라 새우젓은 1Kg당 2만5920원으로 전년대비 130%가량 인상됐다.
천정부지로 양념가격이 오르면서 김장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김장대란을 몰고왔던 배추가격(5700원)은 전년(1만1400원)에 비해 51% 내렸다.
물가가 오르면서 김장을 포기하는 주부들도 늘었다. 최근 대상FNF 종가집이 주부마케터 'Fine & Fresh Lady' 및 20~50대 주부 6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51.5%가 올해 김장을 담그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41%)'. 주부들이 생각하는 '작년과 비교한 올해 김장 비용 변동률'에 관한 질문에 63.8%의 주부가 전년대비 '20% 이상 상승'했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체감 물가상승률이 높다는 얘기다.
맞벌이 주부 임 모씨(31세)는 "작년에 비해 배추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시장에 나왔다가 고추가격보고 놀랐다"며 "친정어머니나 친구들에게 염치 불구하고 얻어먹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주부 최모씨(24세)는 "지난해는 절임배추를 구입해 양념속만 직접 만들어서 만들었다"며 "그나마 올해는 양념값이 비싸 포장김치를 주문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김장을 담그지 않는 추세가 늘어나면서 유통업체들도 발빠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달 31일까지 전국 매장 및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김장 재료인 절임 배추와 건고추를 예약 판매한다.
경북 청송, 예천에서 생산한 절임 배추(20kg/12~14포기)는 3만원이다. 이 가격은 시세보다 40~50% 가량 저렴한 수준. 전북 고창, 경북 안동 등 유명 고추 산지에서 대량 생산한 국산 건고추(3kg/화건초)를 6만9800원에, 국산 건고추(1.8kg/태양초)를 4만9800원에 시세 보다 27% 가량 저렴하게 판매한다.
옥션에서는 정말로 땡처리 SALE! 김치 냉장고 특가전을 열고, 딤채의 인기 모델을 단독 특가에 한정 판매하고 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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