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13일,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는 새벽 0시 30분께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찾았다. 점퍼에 푸른 장화 차림으로 나타난 그는 어깨띠도 두르지 않고, 명함도 없었다. 선거 유세에 나섰다기보다 상인들의 애로사항과 하소연에 듣는데 집중했다.
박 후보는 4시간 동안 잠시 눈을 붙인 뒤 오전 7시 30분 남대문으로 향했다. 회색 스웨터 차림의 박 후보는 서울 회현동 지하철 역에서 자원봉사자들과 출근길 인사에 나섰다. 선거운동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 보였지만 시민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자 박 후보는 활짝 웃었다. 박 후보의 지지자인 한 40대 남성은 "출근길에 일부러 들렀다"면서 박 후보를 그린 초상화를 선물했다.
이날 박 후보의 선거유세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멘토로 동행했다. 손 대표는 '정치 초보' 박 후보가 주춤거릴 때마다 시민들에게 민주당 후보라고 소개하는 등 ‘멘토’로 앞장섰다.
남대문시장 먹자골목에서 칼국수로 아침식사를 한 박 후보의 발걸음은 광화문으로 향했다. 오전 9시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선거 출정식에는 범야권 주요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손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 정동영ㆍ정세균ㆍ조배숙ㆍ이인영 최고위원, 김영진ㆍ박영선ㆍ김춘진ㆍ김진애 의원, 노회찬ㆍ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선대위 구성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도 참석했다.
출정식에서 눈길을 끈 것은 미니 유세차와 '본때' 삽살개였다. 0.6톤 초미니 트럭을 개조한 유세차는 '원순씨의 구석구석 정책카페'로 이름을 지었다.
박 후보는 양복에 선거유세복인 앞치마 입고 유세차에 올랐다. 박 후보는 세종대왕 동상을 가리키며 "세종대왕이 왕이 된 첫해, 가뭄으로 많은 백성이 굶어죽자 세종대왕은 3년 동안 광화문 앞에서 초막집을 지었다.초막을 지키고 백성을 보살핀 세종대왕의 마음으로 서울시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출정식을 마친 박 후보는 서둘러 안국동 캠프로 돌아왔다. MBC 백분토론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주말을 거치며 일부 여론조사에서 역전을 허용하면서 캠프에는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박 후보는 참모진들과 실전을 방불케하는 리허설을 진행하며 토론준비에 올인하는 분위기였다.
저녁 7시에는 잠시 짬을 내 시민을 만났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정책콘서트 형식의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원에 나섰다. 문 이사장은 "안철수, 박원순 현상은 정치의 희망"이라면서 "서울 시민들이 박 후보를 지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캠프로 돌아오며 "문 이사장이 부산에서 올라오셔서 지지해주시니 힘이 난다"면서 "말이 어눌하니 토론 연습을 열심히 해야 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마지막 일정인 밤 11시 MBC에서 열린 100분토론에 참여했다. 토론에서는 나 후보의 약점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14일 새벽 1시30분께 숨가쁜 일정을 마치고 그는 방배동 자택으로 향했다. 늦은 귀가길에도 박 후보는 트위터 모니터링을 위해 손에서 아이패드를 놓치 않았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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