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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m 낡은 철교가 갈라 놓은 '이웃 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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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소래철교 통행 금지해 인천 남동구 주최 '소래포구 축제'에 찬물

126m 낡은 철교가 갈라 놓은 '이웃 사촌' 지난 11일 오전 소래철교 시흥시쪽 구간이 철판으로 막혀 있다. 시흥시는 "통행시 추락 등이 문제가 되고 있어 통행을 금지한다"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김봉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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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1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는 13일부터 시작되는 축제를 앞두고 다소 들뜬 분위기였다.


수백만 명이 몰리는 행사를 위해 가로 청소가 깔끔하게 이뤄졌고,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알리는 안내판ㆍ현수막도 부착돼 있었다. 상인들도 다소 들뜬 듯 했다. 한 조개구이집 주인은 "요즘 하도 바가지를 씌운다고 욕을 먹어서 걱정된다. 우리 가게는 싸니까 축제때 많이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정작 소래포구의 최고 명물인 '소래철교' 인근의 분위기는 왠지 냉랭했다. 소래포구 어시장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곳에 위치한 소래철교 입구엔 출입 금지를 알리는 빨간색 줄이 쳐진 채 인적이 드물었다. 소래포구 쪽 철교 입구에서 장사를 하던 노점상들도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소래철교는 '어선이 다리 밑을 지나갈 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낭만적 전설을 간직한 소래포구 최고의 명소다. 수인선을 타고 경기도 사람들이 젓갈과 생선을 사러 오던 작은 포구에 불과했던 소래포구가 관광 명소가 된 것은 소래철교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떠오르면서부터다. 11회째 열리는 소래포구 축제에 구경 오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도 소래철교다.

이같은 소래철교 주변의 분위기가 이렇게 냉랭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답은 소래철교 위에 올라가 보니 알 수 있었다. 출입금지 표시 줄을 넘어 다리 위로 가보니 시흥시 쪽 출입구가 공사장 칸막이용 철판으로 빈틈없이 차단돼 있었다. 철판엔 시흥시 명의로 "추락 등의 문제가 있어 통행을 금지한다"는 글이 씌어져 있었다. 다리 통행을 못하게 됐으니 오가는 사람도 없고, 노점상들도 장사를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126m 낡은 철교가 갈라 놓은 '이웃 사촌' 소래철교에서 바라본 시흥시 월곶포구 인근 아파트. 이 아파트 주민들은 소래철교의 사람 통행으로 쓰레기, 불법 주차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알고 보니 소래철교를 둘러 싼 지자체간의 갈등 때문이었다. 소래철교는 현재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철도시설공단 소유로, 1936년 수인선 개통 시 인천 남동구~경기 시흥시 사이에 놓여 진 폭 1.2m, 길이 126.5m의 다리다. 정확한 경계를 따지면 인천 남동구 구간이 58m, 시흥시 구간이 68.5m로 나눠진다.


문제는 이 다리의 철거와 사람 통행을 놓고 인천 남동구와 시흥시가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소래철교는 1992년 폐쇄된 후 방치돼 있다가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이 오가는 다리가 됐다. 사람들은 시흥시쪽 소래철교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다리를 건너와 소래포구에서 생선을 사거나 데이트를 즐긴 후 다리를 다시 건너간다.


그런데 소래포구의 관광객ㆍ쇼핑객이 엄청 늘어나면서 시흥시 쪽 월곶 인근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불법 주차와 쓰레기, 취객들로 인한 소음 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흥시는 2009년 국토해양부의 안전 진단 결과 낡은 소래철교의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폐쇄를 강력 요구했다. 최고의 관광 명소를 잃을 수 없었던 인천 남동구는 역사적 가치ㆍ관광 자원임을 들어 보수해서 쓰자고 맞섰다.


결국 2010년 8월 정부의 중재로 두 지자체는 보수 및 보존에 합의했다.


하지만 사람 통행을 놓고는 아직도 두 지자체가 대립하고 있다. 시흥시는 '통행 시 추락 위험' 등과 관광객들의 불법주차ㆍ쓰레기 투기 등에 따른 민원을 이유로 사람 통행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교 보수 공사가 끝난 후에도 간이 철판으로 사람들의 통행을 일부 제한하다 최근들어 수백만이 한꺼번에 몰리는 소래포구 축제를 코앞에 두고 철판을 보강해 철교의 통행을 완전히 봉쇄했다.


인천 남동구는 "시흥시가 이웃 잘 되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섭섭한 표정이다. 불법주차ㆍ쓰레기 무단투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소래포구 주변에 충분한 주차 공간과 쓰레기통 등을 확보했는데도 시흥시 측이 도를 넘어선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간에 낀 철도시설공단도 난처한 상황이다. 공단은 시흥시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남동구 구간에 대해서만 13일부터 통행을 재개하기로 한 상태다.


126m 낡은 철교가 갈라 놓은 '이웃 사촌' 11일 소래철교에서 바라본 소래포구 어시장 전경.



두 지자체의 갈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어시장 상인들과 관광객들이다.


소래철교가 봉쇄되자 시흥시쪽에서 소래포구로 오는 관광ㆍ쇼핑객들은 먼거리를 돌아 고속 차량들이 쌩쌩 질주하는 위험한 고가도로 한쪽에 설치된 보행로를 통해 오가고 있었다. 고가도로 앞에서 만난 시흥시 주민 김영자(59)씨는 "시흥시가 다리를 막았다는 게 사실이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대다수의 시흥시 주민들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래포구에서 20여년 째 생선을 팔아 온 ㅇ(61)씨도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더니, 이웃 사촌끼리 너무한 것 같다"며 "관광객들이 소래철교 폐쇄 소식을 아예 몰랐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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