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126m 낡은 철교가 갈라 놓은 '이웃 사촌'

시계아이콘02분 0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시흥시, 소래철교 통행 금지해 인천 남동구 주최 '소래포구 축제'에 찬물

126m 낡은 철교가 갈라 놓은 '이웃 사촌' 지난 11일 오전 소래철교 시흥시쪽 구간이 철판으로 막혀 있다. 시흥시는 "통행시 추락 등이 문제가 되고 있어 통행을 금지한다"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김봉수기자
AD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11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는 13일부터 시작되는 축제를 앞두고 다소 들뜬 분위기였다.


수백만 명이 몰리는 행사를 위해 가로 청소가 깔끔하게 이뤄졌고,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알리는 안내판ㆍ현수막도 부착돼 있었다. 상인들도 다소 들뜬 듯 했다. 한 조개구이집 주인은 "요즘 하도 바가지를 씌운다고 욕을 먹어서 걱정된다. 우리 가게는 싸니까 축제때 많이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정작 소래포구의 최고 명물인 '소래철교' 인근의 분위기는 왠지 냉랭했다. 소래포구 어시장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곳에 위치한 소래철교 입구엔 출입 금지를 알리는 빨간색 줄이 쳐진 채 인적이 드물었다. 소래포구 쪽 철교 입구에서 장사를 하던 노점상들도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소래철교는 '어선이 다리 밑을 지나갈 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낭만적 전설을 간직한 소래포구 최고의 명소다. 수인선을 타고 경기도 사람들이 젓갈과 생선을 사러 오던 작은 포구에 불과했던 소래포구가 관광 명소가 된 것은 소래철교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떠오르면서부터다. 11회째 열리는 소래포구 축제에 구경 오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도 소래철교다.

이같은 소래철교 주변의 분위기가 이렇게 냉랭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답은 소래철교 위에 올라가 보니 알 수 있었다. 출입금지 표시 줄을 넘어 다리 위로 가보니 시흥시 쪽 출입구가 공사장 칸막이용 철판으로 빈틈없이 차단돼 있었다. 철판엔 시흥시 명의로 "추락 등의 문제가 있어 통행을 금지한다"는 글이 씌어져 있었다. 다리 통행을 못하게 됐으니 오가는 사람도 없고, 노점상들도 장사를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126m 낡은 철교가 갈라 놓은 '이웃 사촌' 소래철교에서 바라본 시흥시 월곶포구 인근 아파트. 이 아파트 주민들은 소래철교의 사람 통행으로 쓰레기, 불법 주차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알고 보니 소래철교를 둘러 싼 지자체간의 갈등 때문이었다. 소래철교는 현재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철도시설공단 소유로, 1936년 수인선 개통 시 인천 남동구~경기 시흥시 사이에 놓여 진 폭 1.2m, 길이 126.5m의 다리다. 정확한 경계를 따지면 인천 남동구 구간이 58m, 시흥시 구간이 68.5m로 나눠진다.


문제는 이 다리의 철거와 사람 통행을 놓고 인천 남동구와 시흥시가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소래철교는 1992년 폐쇄된 후 방치돼 있다가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이 오가는 다리가 됐다. 사람들은 시흥시쪽 소래철교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 다리를 건너와 소래포구에서 생선을 사거나 데이트를 즐긴 후 다리를 다시 건너간다.


그런데 소래포구의 관광객ㆍ쇼핑객이 엄청 늘어나면서 시흥시 쪽 월곶 인근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불법 주차와 쓰레기, 취객들로 인한 소음 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흥시는 2009년 국토해양부의 안전 진단 결과 낡은 소래철교의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폐쇄를 강력 요구했다. 최고의 관광 명소를 잃을 수 없었던 인천 남동구는 역사적 가치ㆍ관광 자원임을 들어 보수해서 쓰자고 맞섰다.


결국 2010년 8월 정부의 중재로 두 지자체는 보수 및 보존에 합의했다.


하지만 사람 통행을 놓고는 아직도 두 지자체가 대립하고 있다. 시흥시는 '통행 시 추락 위험' 등과 관광객들의 불법주차ㆍ쓰레기 투기 등에 따른 민원을 이유로 사람 통행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철교 보수 공사가 끝난 후에도 간이 철판으로 사람들의 통행을 일부 제한하다 최근들어 수백만이 한꺼번에 몰리는 소래포구 축제를 코앞에 두고 철판을 보강해 철교의 통행을 완전히 봉쇄했다.


인천 남동구는 "시흥시가 이웃 잘 되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섭섭한 표정이다. 불법주차ㆍ쓰레기 무단투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소래포구 주변에 충분한 주차 공간과 쓰레기통 등을 확보했는데도 시흥시 측이 도를 넘어선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간에 낀 철도시설공단도 난처한 상황이다. 공단은 시흥시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남동구 구간에 대해서만 13일부터 통행을 재개하기로 한 상태다.


126m 낡은 철교가 갈라 놓은 '이웃 사촌' 11일 소래철교에서 바라본 소래포구 어시장 전경.



두 지자체의 갈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어시장 상인들과 관광객들이다.


소래철교가 봉쇄되자 시흥시쪽에서 소래포구로 오는 관광ㆍ쇼핑객들은 먼거리를 돌아 고속 차량들이 쌩쌩 질주하는 위험한 고가도로 한쪽에 설치된 보행로를 통해 오가고 있었다. 고가도로 앞에서 만난 시흥시 주민 김영자(59)씨는 "시흥시가 다리를 막았다는 게 사실이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대다수의 시흥시 주민들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래포구에서 20여년 째 생선을 팔아 온 ㅇ(61)씨도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더니, 이웃 사촌끼리 너무한 것 같다"며 "관광객들이 소래철교 폐쇄 소식을 아예 몰랐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