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스타일 기획】물랑루즈, 원 나잇 스탠드 패션의 시작

시계아이콘02분 3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19C말, 美는 야하게 조작됐다

[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스타일 기획】물랑루즈, 원 나잇 스탠드 패션의 시작
AD

패션, 영화의 옷을 벗기다
필자는 패션 큐레이터로, 패션이란 영역을 미술이란 광범위한 렌즈를 통해 풀어내는 일을 한다. 한 벌의 옷을 연구하기 위해서라면 다양한 자료를 살펴보는데, 영화도 그 중 하나다. 영화와 패션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특히 시대영화를 보는 날엔, 영화 속 의상의 역사고증 여부를 살피느라 온 몸의 감각을 다 동원하곤 한다.


역사적으로 패션의 절정기로 평가되는 시대가 있다. 19세기 말의 패션이다. 이 세기말 패션의 모든 것은 2001년 바즈 루어만 감독이 연출한 ‘물랑루즈(Moulin Rouge)’에 담겨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랑루즈’, 이것은 영화 타이틀이자 매춘부이자 배우인 샤틴(니콜 키드먼 분)과 작가인 크리스티앙(이완 맥그리거 분)이 만나 사랑을 나누고 공연을 위해 리허설을 준비하는 장소, 영화의 주요 배경이다. 1899년 세기 말의 파리, ‘붉은 풍차’란 뜻의 물랑루즈 카바레는 파리 사교계의 정점이자, 구 귀족과 신흥 부르주아 계급은 매춘부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던 곳이다.

【스타일 기획】물랑루즈, 원 나잇 스탠드 패션의 시작


세기말, 근대패션의 시작
세기말은 근대적 유행의 개념이 일상에 자리 잡은 시기다. 인공염색이 발명되어 여인들의 패션은 더욱 화려해지던 때. 재봉틀의 발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시기이기도 하다. 도시생활은 근대적 인간의 삶을 ‘기능’과 ‘용도’, ‘경우’에 따라 나누었고, 패션도 이에 따라 발전했다. ‘T.P.O(Time, Place, Occasion으로 때와 장소에 맞춘 옷차림)’ 개념의 시작이다.


당시 시대상을 설명하자면, 19세기 중반은 백화점과 고급 패션 하우스가 등장하던 때다. 백화점은 대량 생산된 싸구려 의상을 팔고, 패션 하우스에서는 디자이너들의 이름하에 자신의 옷을 예술품이라며 판매했다. 어디서 구입해, 어떻게 입는가는 곧 여성의 사회계층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다.


【스타일 기획】물랑루즈, 원 나잇 스탠드 패션의 시작 ▲ 알리 드 툴루즈 로트렉이 그린 물랑루즈


또 하나, 당시에는 패션의 민주화가 있었다. 이것은 영화에서 계층의 이해를 넘어, 서로를 탐닉하고 어울릴 수 있도록 만든 요소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이면이 드러나는 카바레, 그 속에서 부자들은 여인들의 몸을 탐닉했고, 일명 ‘재투성이 아가씨’라 불리던 여자 재봉사들은 럭셔리한 한 벌의 옷을 위해 원 나잇 스탠드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진리와 사랑, 자유를 외쳤다. 바로 보헤미안(Bohemian)이 등장한 것이다.


보헤미안은 19세기 후반에 사회의 관습에 구애되지 않는 방랑자,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예술가 문학가 배우 지식인들을 가리키는 말로 기존의 계급과 질서에 반항하는 세력으로 반 부르주아적 성향을 띠는 집단이다. 영화 속에서 작가로 등장하는 크리스티앙이 바로 보헤미안이다. 영화는 매춘부이자 카바레 배우인 샤틴과 크리스티앙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루며 흘러간다.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과 함께 출연하는 보헤미안들의 패션이 볼만 하다. 당시는 검정색이 남성복의 지배색상으로 자리 잡던 때다. 그럼에도 화려한 색상의 머플러와 재킷을 입은 피아니스트, 머리에 베일을 쓰고 나타나는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영화에 등장하는 프랑스 화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의 패션은 오늘날 하라주쿠의 고딕 의상, 소위 하위문화 패션이다. 영화는 이들의 패션을 통해 기성패션과 선을 그은, 예술가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물랑루즈, 세기말 패션의 아름다움
이 인상적인 영화의 의상은 바즈 루어만 감독의 부인 캐서린 마틴이 맡았다. 그녀는 정확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주인공의 성격에 맞는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 속 보여 지는 극장 관객들의 경우 당대 패션 코드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남자들은 하나같이 실크 모자를 썼다. 또한 영화 속 공작과 공연단장이 입고 있는 쓰리피스 정장(상의 조끼, 바지)은 남성복의 정형이다. 남성용 모자를 쓰고 투피스 정장을 한 여성의 모습도 보인다. 당시 1899년은 여성의 사회진출과 더불어 복식의 간소화 경향이 짙어지던 시대임을 입증한다.


샤틴의 의상은 여느 인물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1890년대 여성복에 영향을 미친 예술사조인 아르누보(Art Nouveau, 19~20세기에 유럽과 미국 각지에서 유행한 장식 양식)를 감안, 꽃과 줄기를 모티브로 한 유기적인 곡선을 패션에 적용했다. 샤틴이 의상에 꽃무늬를 검정색 실크로 유려하게 수놓은 것들이 많은 이유다. 덕분에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의상에서 율동감과 생동감이 배어난다.


【스타일 기획】물랑루즈, 원 나잇 스탠드 패션의 시작


세기말 패션, 유럽강국의 은폐된 역사
샤틴과 크리스티앙은 영화 속에서 ‘장엄, 장엄’이라는 연극을 만든다. 이 연극 안에서는 인도를 배경으로 한 패션이 등장한다. 당시 유럽에선 동방 풍의 패션이 유행했다. 유럽 열강이 침탈국의 문화를 도입하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영화 속에서 코끼리 방이 등장하는 것도 근대 말 침략의 역사와 지배를 표현하기 위한 메타포다.


또한 주인공 샤틴이 ‘드미몽드(demi-monde, 절반의 세계)’라 불리는 매춘부였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빛의 무대에 서지 못한 채 세상의 이면에 무차별로 노출되어야 했던 이들이다. 영화 밖에서 이들의 삶은 비참했다. 그럼에도 유럽은 유독 이들을 미화시키는 나쁜 버릇이 있다. 물론 이 영화는 돈만 많고 버르장머리 없는 부르주아에 대한 유쾌한 복수로 끝이 난다. 하지만 이 또한 다른 의미의 ‘은폐’인 셈이다.


글_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
세계의 모든 미술관 다니기, 도록 및 모노그래프 모으기, 패션 시즌 신상품 체크하기, 복식 관련 책 읽기, 대학과 기관에 특강 다니기……. 이것은 그의 블로그(blog.daum.net/film-art)에 적힌 그의 프로필 중 일부다. 무엇보다 그는 국내 패션큐레이터 1호로 다양한 매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샤넬 미술관에 가다> <하하 미술관>이 있고, <패션 디자인 스쿨(미진사)>를 번역·출간했다.


AD







채정선 기자 es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