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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월가 시위대 지지 좌회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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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티파티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의 불편한 미래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오는 2012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최근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의 확산이 미국 정치 지형에 미묘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잇따라 월스트리트 시위를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심정적 공감 내지는 명시적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미국 민주당 진보 그룹의 대표격인 폴 크룩만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뉴욕타임스 10일자 칼럼에서 “극우 공화당이 월가 점거 시위에 공포에 떨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월스트리트 시위를 민주당과 공화당, 그리고 좌파와 우파를 구분하는 기준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민주당의 시위대 지지는 노선 전환이라기 보다는 선거를 앞둔 ‘정략’일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미국 정가는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화당 내에 뚜렷한 대선 주자가 떠오르고 있지 않는 가운데 계속 바닥을 기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정치적 행보를 보이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발표된 여론조사기관인 IBD/TIPP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1%는 다음 대선에서 오바마 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의 재선 지지율은 41%였으며, 무당파층에서는 고작 36%에 불과했다. 또 민주당원의 77%가 오바마의 재선을 지지한 반면, 공화당원의 88%는 재선을 지지하지 않았다.


또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측면에 있어서는 응답자들의 오직 24%만이 오바마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조사를 수행한 테크노메트리카 마켓인텔리전스의 라가반 마유르 의장은 “미국인들은 부진한 경제 상황의 지속에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불만이 표출된 것이 바로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라고 할 수 있다.


이 조사 보고서는 “만일 다음 대선이 오바마 대통령과 경제에 관한 것으로 이슈화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상대 후보가 수용불가능한 인물이라는 점을 주지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의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발언은 그런 점에서 오바마의 선거전략의 일환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같은 요인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최근 행보의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월스트리트에 우호적으로 비쳐졌던 것과는 달리 지난 9일 라디오 방송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요즘에는 올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보상받지 못하고있다”면서 “시위대를 들끓게 하고 있는 분노가 2012년 대선에서 표출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시위에 대한 지지의사일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을 지지할 것임을 암시적으로 드러낸 발언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월스트리트 점령군을 포용할 수 있을까? 지난 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노동부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학 교수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는 지난 10일 미국의 온라인 정치사이트인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 2008년 이후 공화당의 주축이 되고 있는 티파티와 최근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OWS) 시위대를 비교하면서 민주당이 대중주의 정당이 되지 못하고 엘리트주의에 빠져들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의 옹호자로서 이 운동을 껴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라이시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현대의 다른 민주당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좌익 파퓰리즘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진단한다.


비록 그가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을 한때 ‘살찐 고양이’(fat cat)이라고 비난한 적은 있지만, 그건 예외적인 일이다.


정반대로 오바마는 월스트리트와 대기업의 가장 극단적인 후원자이다. 가이트너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재무장관으로 앉힌 것은 사실상 월스트리트가 대사를 파견한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부시가 임명한 벤 버냉키 연준 총재를 재임시켰고 제네랄 일렉트릭의 제프리 임멜트 회장을 백악관 일자리위원회의 책임자로 임명했다.


무엇보다도 오바마는 월스트리트에 대한 구제금융에 조건을 달기를 거부했다. 곤란에 빠진 모기지 대출 가계를 재조정하도록 은행에게 요구하지도 않았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했던 글래스-스티걸 법안을 다시 되살리지도 않은 채 수천억 달러의 국민 세금을 월스트리트에 쏟아부은 것이다.


라이시는 바로 이같은 요인이 새로운 파퓰리즘 봉기를 야기시켰다고 지적한다. 사실 티파티의 형성이나 월가점령시위대는 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 월가에 대한 구제금융이 티파티의 출범 원인이 되었고, 지금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의 근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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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시 교수가 보기에는 물론 이같은 시위가 민주당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겠지만, “민주당은 공화당이 우익 파퓰리즘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좌파 파퓰리즘을 껴안은 적이 없으며, 그럴리도 없을 것이다”.


결국 민주, 공화라는 양당제로 고착된 미국 정치 시스템 하에서 티파티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 모두 다음 대선에서 월스트리트의 후원자와 또 다른 후원자 사이의 불편한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공순 기자 cpe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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