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가 이틀 연속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강세장)'를 연출했다. 유로존 각국이 '유럽 은행 구하기'에 나섰다는 소식에 코스피는 이틀 사이 93포인트 이상 뛰었다.
상승을 이끈 주체는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이틀간 각각 4877억원, 900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급등을 주도했다. 그러나 개인은 달랐다. 지난 8월 폭락장을 겪은 이후 내릴 때 사고 오를 때 팔며 단기 차익실현에 몰두하던 개미들은 이번 이틀 역시 '청개구리 전략'을 고수했다. 개인은 이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1조583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일각에서는 일부 개인으로 잡히는 자문형 랩어카운트 물량이 전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도 일었다.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비중이 대체적으로 높았던 대형 자문사를 중심으로 손바꿈에 나섰거나, 8월 이후 주도주에 저가로 들어왔다가 일부 차익을 실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개인은 이틀간 화학(4424억원)을 비롯해 전기전자(4058억원), 철강금속(1402억원), 운송장비(1101억원) 업종 등에 대한 '팔자'에 몰두했다. 이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몰리며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낸 업종 들이다. 같은 기간 화학은 9.66%, 철강금속은 8.68%, 운송장비는 5.03%, 전기전자는 4.20%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이틀간 자문형랩의 손바꿈이나 차익 실현이 크게 반영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봤다. 이날 매매에 대해서는 정확한 집계가 되지 않았으나, 9월 말 이후 전날까지의 흐름을 살펴볼 때 이들의 움직임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주식운용팀 관계자는 "자문사들의 주식 비중이 눈에 띄게 변한 부분은 없다"며 "잔고상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브레인투자자문의 경우는 이번 달 들어 주식 비중을 오히려 81%에서 84%로 늘렸다"고 말했다. 한국창의투자자문이 7% 가량 비중을 줄이기는 했으나 차화정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레오, 레이크, AK 등 다른 주요 자문사들도 비중을 낮췄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큰 변화는 없다는 것.
지난달 말 이후 주식 편입 비중은 자문사 별로 차이가 크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70% 후반대.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8월 말 브레인의 차화정 비중은 80%에 육박했으나 9월 말까지 60% 중반대까지 줄였고, 이후에는 급격한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자문사들 역시 차화정은 30% 후반에서 40% 초중반 대를 유지하고 있어 이 부분에서의 차익 실현이라는 의미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이 많이 판 업종이 기존 주도주라기보다는 이틀간 크게 오른 업종 위주이기 때문에 개미를 포함한 개인 전반의 차익실현 물량으로 해석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평가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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