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위기 극복이 열쇠
"올해와 비슷할 것"전망도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매일같이 출렁이는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같은 변동성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분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지난 5월 고점에 들어가 꼼짝없이 묶여있는 자금이나 갈 곳 잃은 대기 자금들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내년 증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위기의 전개 방향에 따라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내년 증시를 전망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와 '레벨업 된다'는 의견이 서서히 갈리고 있다. 양쪽 모두 골칫거리인 유로존 재정위기가 은행권 신용경색 등을 불러오며 '파국'으로는 치닫지 않는다는 전제를 붙였다. 이렇게 되면 박스권 하단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은 내년 코스피가 1600∼2100 수준의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경제 저성장, 기업이익 둔화 등에 무게가 실렸다.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주요 선진국의 경기 전망이 하향 조정됨에 따라 한국 기업의 이익 역시 줄어들 것"이라며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국가부채 역시 내년까지 이어질 위험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재정을 건전화시키는 과정에서 시장 신뢰가 떨어질 것이라는 점도 우려했다.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전 세계 소비 수요 약화 역시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선진국의 국가부채와 취약한 은행시스템, 저성장이 맞물려 악순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신흥시장의 취약성이 부각될 경우 핫머니의 급속한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 진행 중인 유로존 리스크에 '방화벽'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 정도면 안전하다'는 공감대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론도 없지 않다. 신영증권은 내년 고점은 2400선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유로존 사태 진정이라는 전제가 달린다.
김세중 투자전략부 이사는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실물 쪽으로 전이되면 내년에도 상당히 힘든 시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유럽 각국이 은행자본 확충과 부실채권 매입 등 안전장치 확보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고, 이같은 노력이 결국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전제에 동의한다면 내년 국내 기업의 이익도 10% 안팎의 감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기업이익이 연간 30% 이상 급감한 것에 비하면 크지 않은 수준이다. 김 이사는 "금리는 낮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고 물가 역시 올해 상반기 고점에 비해서는 진정되는 그림이 그려질 것"이라며 "기업의 펀더멘털 역시 올해 수준(12~13%)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로존 위기의 확산 여부다. 김 이사는 "유럽 국내총생산(GDP)의 2.5배 가량인 은행 자산이 흔들리게 되면 유럽은 답을 찾지 못할 것"이라며 "세부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잡음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결국 대전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국이 아니다'라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면,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갈 곳 없는 자금들이 '달러캐리트레이드' 형태로 증시행을 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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