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삼성전자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제부진 등 세계 경제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3ㆍ4분기에 4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잠정치)을 기록한 것은 삼성만의 강력한 사업부문별 포트폴리오 구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전분기대비 3.96%, 전년동기대비 1.91% 늘어난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강조한 '지속적인 세계 1등'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면 경기상황에 따라 향후 영업이익 확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주목할 부문은 한 때 세계시장의 스마트폰 트렌드를 도저히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고 악평을 받았던 무선통신부문이다.
무선통신부문은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약 2조원을 훌쩍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돼 회사의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통신부분이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하기는 창사 이래 처음이기도 하다.
더욱이 통신부문은 3분기에 애플과 노키아를 제치고 스마트폰 출하량 1위에 등극할 가능성도 높아 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의 사망과 함께 향후 애플의 제품혁신속도가 늦춰질 경우 물량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부문에서도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위치까지 노려볼 수 있다.
반도체부문 역시 불경기 중에도 과감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해 온 투자와 연구개발(R&D) 덕분에 경쟁사 대비 선방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사상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는 D램가격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1조원 이상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3분기에 소폭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일본 엘피다와 이노테라 등이 감산에 나서며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과 비교할 때 세계 최초 20나노 D램 양산에 나선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다시 한번 실적으로 입증됐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불황에도 4분기 반도체 가격은 계절적 특수로 인해 소폭이나마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연간기준으로 볼 때 가장 우려스러운 부문은 LCD다.
반도체와 함께 사상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는 LCD가격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TV 등 가전부문의 영업이익이 3분기에 3000억원대에 머문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세계 TV가전수요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초 340달러에 달하던 40~42인치 풀HDTV용 패널가격은 이달 초 208달러로 추락, 200달러선도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LCD패널 가격은 사이클을 타기 마련이고 이보다 더 심각했던 시기도 극복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고 중국 쑤저우 LCD공장 설립 등 선투자에 나서는 등 시장반등기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작년에 154조 매출과 17조원의 영업이익이라는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환율이나 선진국 경제상황 등이 모든 면에서 녹록치 않다"면서도 "이런 조건하에서도 반도체와 통신, 디스플레이, 가전 등이 상호 부족한 실적 부분을 보완해주는 있는 모습이 다른 글로벌 IT기업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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