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고는 못살아> 14회 수-목 MBC 오후 9시 55분
<지고는 못살아>의 가장 큰 미덕은 부부가 작은 차이로 인해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무겁지 않게, 하지만 소소한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냈다는 점에 있었다. “매력을 단점으로 만드는” 결혼 후 모습에 괴로워하고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들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끝내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래서 서로를 알아갈 시간도 없이 부부의 연으로 묶여야만 했던 은재(최지우)와 형우(윤상현)가 이혼으로 남이 된 후에야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다시 함께할 방법을 찾아가는 것은 <지고는 못살아>다운 이야기다. 대개의 로맨틱 코미디가 끝나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이 작품은, 이혼 후에도 다른 누군가가 아닌 서로와 다시 “해필리 에버 애프터”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단계까지 왔다. 은재와 형우는 각자의 어머니와 화해했고, 그 순간을 함께 지나며 더 깊은 감정을 나누었다. 그래서 다시 연애를 시작해보기로 한 둘의 미래는 밝을 것만 같다.
여기서 이 둘 앞에 등장하는 것은 결혼 전 은재의 옛 연인(엄기준)이다. 연인의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연적이 등장하는 건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둘 사이에 이런 일은 이미 있었다는 것이다. 은재는 상현의 옛 연인 희수(이수경)와 형우의 관계를 의심했었다. 연애와 결혼과 이혼과 연애의 과정을 반복하는 은재와 형우의 관계처럼, <지고는 못살아>는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만드는 일을 반복한다. 기찬(김정태)과 영주(조미령)의 이혼 이야기도 은재와 형우가 지나온 이혼의 과정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지고는 못살아>가 잘 만들어진 캐릭터로, 현실을 기반으로 공감을 살 만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우리가 이런 문제로 이혼해서, 다시 시작하니까 또 이래”라는 은재의 푸념은 마치 드라마 스스로에 대한 자조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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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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