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전기전자(IT)주들이 그야말로 훨훨 날았다. 장이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오름폭이 다소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장 중 5% 이상 급등하며 상승장의 선봉에 섰다. 삼성전지, 삼성SDI 등 일부 종목은 가격제한폭까지 뛰기도 했다.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IT 업종이 낮아진 시장 기대치는 충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이날 급등을 설명하기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이상 업황은 당분간 바닥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지 않다.
이날 IT주 급등의 배경에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의 사망 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잡스의 사망이 애플에 타격을 줄 것이고, 이로 인해 국내 IT 업체들에게 상대적으로 힘이 실릴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단순한 심리적 계산이 시장에 반영된 것.
시장 전문가들 역시 이날의 IT주 급등은 '이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미 애플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이성적 판단이 작용하지 않는 '단기 급등'이라는 것.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IT업계를 볼 때 주목해야 할 점은 잡스의 사망이 아닌 경기위축에 따른 '수요둔화' 지속 부분"이라며 "잡스 사망으로 국내 IT 업체들이 상대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기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장기적으로 애플의 발전 방향 등에 영향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당장 팔릴 아이폰'이 안 팔리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후 2시38분 현재 전기전자 업종을 3000억원 이상 쓸어 담고 있는 기관 물량 역시 선물, 현물간 가격차를 반영해 거래되는 프로그램 차익 물량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IT 담당 애널리스트는 "아직도 국내 기관의 IT 비중은 낮다"며 "이날 급등하는 종목들에 대한 보유 비중이 미미한 상황인 기관 입장에서는 이날 급등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유리 기자 yr6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