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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이 세상 예능 울렁증자들이여 ‘런닝맨’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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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고,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외면할 수 없는 생계수단이다. 얼굴을 알리기 위해 혹은 작품 홍보를 위해 어려워도, 내키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예능이다. 그래서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발산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말재주가 없어서 토크쇼 출연이 겁나는가, 아니면 너무 많이 출연해서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는가. 혹은 몸으로 때우는 건 뭐든 자신 있는가. 또는 동반 출연하고 싶은 동료들이 좀 많은가.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고민하고 있을 연예인들이여,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이하 ‘런닝맨’)을 주목하라. 어떤 타입의 연예인이 ‘런닝맨’과 잘 맞는지 꼼꼼하게 분석하고 과거 성공사례 및 주의사항까지 덧붙였다. 이름하여 런닝맨 흥신소!


‘런닝맨’│이 세상 예능 울렁증자들이여 ‘런닝맨’으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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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이 세상 예능 울렁증자들이여 ‘런닝맨’으로 오라

이런 의뢰인에게 추천: 5인조 이상 아이돌 그룹, 함께 출연해야 시너지 효과가 나는 무리들.


‘런닝맨’은 게스트 수에 관대하다. 게스트가 일곱 명이면 기존 멤버들과 짝꿍레이스를 펼칠 수 있고, 그 이상이면 세 팀으로 나눠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게스트 연령대와 직업군에 따라 오프닝 분위기부터 팀 결성방법, 미션까지 모두 맞춤형으로 준비해준다. 아이돌 그룹이면 풋풋하게, 힙합 뮤지션들이면 ‘후리’하게, 10대들이면 야외피크닉 분위기로, 40대 이상이면 아늑한 실내에서 촬영한다. 만약 그 식구들이 모두 여자라면,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출연하라. 게스트가 아니라 국빈 대접을 받을 것이다.

성공사례
2011.09.04 힙합특집: 사는 곳은 의정 to the 부, 상대방 기선제압을 할 때는 스웩!! 갓 제대한 다이나믹 듀오와 예능 출연횟수가 적은 타이거JK-윤미래 부부가 단시간 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오프닝부터 힙합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런닝맨’ 멤버들은 힙합 차림으로 게스트를 맞이했고, 뮤지션들에게 익숙한 홍대에서 팀별 미션을 수행했다. 억지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힙합과 게임을 잘 녹여낸 케이스.
2011.10.02 소녀시대 편: 오프닝 촬영 당시 빗방울이 떨어지자 멤버들은 서로의 상의를 강제로 벗겨 소녀시대 전용우산을 만들어줬다. 송지효밖에 모르던 강개리는 제시카의 ‘스트뤠쓰’에 금세 넘어갔고, 이광수는 유리만 보면 얼굴이 빨개진 채 도망갔다. 존재만으로도 빛났던 소녀들.


주의사항: 진짜 식구가 출연할 경우 부부싸움 정도는 각오하셔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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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이 세상 예능 울렁증자들이여 ‘런닝맨’으로 오라

이런 의뢰인에게 추천: 달리기와 두뇌회전의 달인, 지독한 승부사.


토크쇼에 필요한 말재주,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캐릭터는 없지만 게임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면 역시 ‘런닝맨’이다. 몸이 날렵할수록, 잔머리를 잘 굴릴수록 좋다. ‘런닝맨’ 멤버들을 속이기 위해 축지법, 변장술, 시민동원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근성도 필요하다. ‘능력자’ 김종국, ‘유르스윌리스’ 유재석을 모두 제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지석진과 이광수의 이름표만 떼어도 본전이다.


성공사례
2011.01.30 김병만 편: 흡사 1시간짜리 ‘달인’ 코너를 보는 듯했다. 찜질방에서 자신과 체구가 비슷한 남자들을 동원해 멤버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동시에 수건과 마스크 팩으로 얼굴을 가린 채 자유자재로 벽을 타거나 작은 수납장에 몸을 숨겼다. 딱히 애드리브를 하거나 상황극을 만들지 않았음에도 김병만의 존재감은 돋보였다.
2011.02.13 승리 편: 승리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제 몫을 해내는 아이돌이지만, ‘런닝맨’에서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과시했다. 동료 선비들에게 멤버들이 나타나면 “네 이놈!”을 외쳐달라는 지능적인 부탁을 하고, 이미 멤버들에게 잡힌 상태에서 세 번이나 도주했다. 덕분에 ‘승길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장님 성대모사를 하지 않고도 예능에서 살아남았다.
2011.05.01 이선균 편: 도서관 축소 모형을 보며 건물 구조를 파악한 후, 한 번 잡기로 마음먹은 멤버는 절대 놓치는 법이 없었다. 자꾸 도망가는 하하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득했다가 나중에는 화장실 옆 칸에 숨어 있다가 그를 잡았다. 유재석의 치밀함, 김종국의 불같은 성격, 송지효의 집요함을 모두 갖춘 인물이었다.


주의사항: 턱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단숨에 날아간 로맨티스트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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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이 세상 예능 울렁증자들이여 ‘런닝맨’으로 오라


‘런닝맨’│이 세상 예능 울렁증자들이여 ‘런닝맨’으로 오라

이런 의뢰인에게 추천: 과도한 예능 출연으로 에피소드가 바닥난 분,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분.


연예인이라고 해서 모두 굴곡진 인생을 산 것도 아니고, 데뷔한 지 오래됐다고 해서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000하면 00’이라고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캐릭터가 뚜렷하다면 이번에도 역시 ‘런닝맨’이다. 굳이 본인 얘기를 할 필요도, 민망하게 대놓고 작품 홍보를 할 필요도 없다.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호감도와 인지도를 쌓으면, 그것이 머지않아 시청률과 관객 수로 돌아온다.


성공사례
2011.05.01 박중훈 편: 녹화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당당하게 “런닝맨 출연합니다”라고 발설했다가 혼나고, 녹화장에서는 같은 팀 막내인 김종국에게 구박당하고, 나이어린 멤버들은 모조리 이선균 팀에게 뺏기고. 비록 유능한 형사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으나 길 눈 어두운 큰 형님, 40대 수다쟁이, ‘스포일러 박’까지 깨알같이 캐릭터를 구축했다.
2011.08.21 차태현 편: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토크쇼에 나와 할 얘기가 없다던 차태현은 대신 자신의 캐릭터를 적극 활용했다.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팔딱거린 그는 남몰래 멤버들을 관찰하면서 미션의 핵심을 간파했고, 김종국과의 친분을 이용해 그를 무장해제 시킨 뒤 고급정보를 캐냈다. 뛰는 ‘런닝맨’ 위에 나는 ‘차희빈’.


주의사항: 할 얘기 없다고 트위터에 스포일러 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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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이 세상 예능 울렁증자들이여 ‘런닝맨’으로 오라

이런 의뢰인에게 추천: 강대세를 춤추게 하는 여자, 꾹이를 사르르 녹일 수 있는 여자, 하로로의 마지막 사랑인 척 해줄 수 있는 여자.


순발력, 체력, 예능감, 유행어,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인가. 예쁜 여자 게스트는 그냥 몸만 와도 된다. 유일한 여성멤버인 송지효는 강개리에게만 여자일 뿐, 그저 에이스 멤버이기 때문에 어떤 여자 게스트가 출연하더라도 ‘사실상’ 홍일점 대접을 받을 수 있다. 혹시라도 불안한 마음에 약간의 애교와 앙탈을 준비해온다면 완전 땡큐다. 나머지는 오빠들, 삼촌들이 다 알아서 커버해준다.


성공사례
2011.08.07 설리 편: 유재석 등에 업힌 설리는 ‘자이언트 베이비’가 아니라 그냥 ‘베이비’였다. 연필 깎기 미션 첫 번째 시도에 실패한 후 “아아아아앙, PD님 미워! 안돼애애!”라 외칠 땐 언제고 몇 번의 시도 끝에 성공하자 “오빠아아아아 우리 성공했어요”라고 울먹이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옆에서 땀 닦아주고 물도 갖다 주면서 쉴새없이 오빠를 외치니, 유재석이 힘든 티를 낼 수 있겠는가. 설리야, 네가 고생이 많았다.
2011.09.18 이연희 편: 유재석과 강개리는 흰색 티셔츠에 스키니 진만 입어도 빛이 나는 이연희와 같은 팀이 되자 합창을 했다. ‘미인은 개리를 좋아해, 연희는 우리를 좋아해♬’ 그녀가 큐시트를 읽었을 뿐인데 두 남자는 격한 리액션을 보내고, 미션을 어설프게 수행해도 구박하기는커녕 다들 “우리 연희 이렇게 순수해서 어떡하니?”라며 걱정해주기 바빴다. 그리고 어느새 개리의 모자는 연희 머리 위에, 연희의 모자는 개리의 머리 위에 있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주의사항: 광수에게 너무 정주지 마십시오. 예능이 아니라 진짜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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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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