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민주당은 5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손학규 대표의 사퇴 철회를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오후로 예정된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전날 밤에 측근 의원들과 만찬을 한 자리에서 "백의종군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의원 가운도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모두 65명. 소속의원 87명 가운데 75%가 참여한 것이다. 9개 상임위에서 국정감사가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원들이 손 대표의 사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의총결과 브리핑에서 "야권 단일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민주당이 받들어서 10ㆍ26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손 대표가 선거 승리를 위해 당의 대표로서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의원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손 대표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 책임을 논할 것이 아니라 선거 승리를 위해서 앞장서야 하고 그걸 위해 사퇴를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 의총의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통합후보 선출 일주일 전 측근들에게 박영선 후보가 패배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헌ㆍ당규의 규정을 검토해 사퇴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지난 3일 경선에서 박 후보의 패배를 확인한 손 대표는 박선숙 전략홍보본부장과 측근들에게 "사퇴하겠다. 내일 기자회견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손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한 측근은 이날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오늘 아침에 국회로 나오지 않았다"면서 "최고위원회의가 오전에 예정되어 있었지만 순연된 것도 사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4일 밤에는 측근 의원들과 만찬을 열어 백의종군 입장을 피력하면서 "당의 후보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대표 자격으로 박원순 후보를 돕는 것은 당원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손 대표가 사퇴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한차례 거센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차가 지도부 구성을 놓고 계파 간 격돌도 피할 수 없다.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손 대표가 사퇴하게 되면, 전당대회 차순위 득표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하게 된다. 비주류 측인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은 지도부를 유지하고 10ㆍ26 선거를 이끌고 가야 한다는 '승계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손 대표 쪽 김영춘 최고위원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며 동반 사퇴하겠다는 입장이다. 486그룹의 대표주자로 지도부에 합류한 이인영 최고위원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정세균 최고위원 측은 "손 대표 개인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도부 모두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혀 손 대표가 사퇴를 강행할 경우 동반 사퇴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4명의 최고위원이 사퇴할 경우에도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할 수 있지만 '반쪽 지도부'로 의미가 퇴색돼 지도부 동반 사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이 경우 12월 차기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구성될 때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사례들을 비춰볼 때 김진표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임시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내 계파 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제3의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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