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지난 27일 한국은행 국장감사장.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마이크를 잡자 장내에 일순 긴장감이 돌았다. 김중수 총재를 비롯한 한은 직원들의 얼굴도 굳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의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송곳 질의가 시작됐다.
이 의원은 "금리를 3개월째 동결하는 무책임한 결정으로 물가안정이라는 한은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다"며 "한은 총재의 자격이 없다"고 김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또 "한은의 잘못된 정책으로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으며 서민들은 물가폭탄을 맞고 있다"며 "한은총재가 아니라 뒷북총재"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앞서 26일 국세청 국감에서는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탈루한 소득금액이 1조 원에 육박한다"며 "세수에 구멍이 나고 있지만 당국은 외국인 앞에서 쩔쩔매고 있다"고 국세청의 아픈 곳을 건드리기도 했다.
올해 국정감사는 '맹탕국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 의원 덕분에 기획재정위 국감장의 분위기는 여느해 못지 않게 뜨거웠다.
이 의원의 질의에 피감기관이 긴장하는 것은 미국 UCLA 경제학 박사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이라는 전문성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할 경우 기획재정위원장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여당 소속 의원이지만 늘 날카로운 논리와 예리한 질문으로 피감기관들을 빠짝 얼게 만드는 이혜훈 의원. 지난해 국감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문자메시지로 이 의원의 활약을 격려한 일화도 있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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